다음달 10일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들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인사들이 지역구 또는 비례대표로서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국방 분야에서도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사들이 총선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국방 분야에서 비례대표로 총선에 출마하는 사람은 예비역 군인에 한정됐지만, 이번에는 민간인으로서 국방 관련 전문성을 쌓은 인물들이 눈에 띈다.
군 안팎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 유용원 전 조선일보 기자,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 등이 지역구 또는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22대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 현 정부의 국방정책을 놓고 여야 간에 치열한 논리 대결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모양새다.
◆국방부 출입기자·전직 차관 등 출마
18일 국민의힘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발표한 4·10 총선 비례대표 순번 35명 가운데 국방 분야 인물은 유용원 전 조선일보 국방전문기자(12번), 강선영 전 육군 항공작전사령관(6번)이다. 두 사람 모두 비례대표로서 안정적인 당선권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유 전 기자는 1993년부터 32년간 국방부를 출입한 현직 최장수 국방전문기자다. 한국 언론에서 단일 기관을 이렇게 오랜 기간 출입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정부의 국방부를 경험했다. 유 전 기자의 손을 거쳐간 국방부 장관은 신원식 현 장관까지 합쳐서 20명에 달한다.
국방 분야에선 오랜 기간 이어지는 사건의 흐름을 파악하고 맥락을 짚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풍부한 경험이 필수다.
오랜 기간 국방부를 담당하며 꾸준히 취재를 지속했던 유 전 기자의 면모는 현역 군인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전 기자 최대 강점은 안보 분야에 대한 소통 능력이다. 국민의미래가 예비역 고위 장성들과 전직 국회의원 등을 제치고 유 전 기자를 비례대표 12번에 배정한 것도 이같은 특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유 전 기자는 국내 최대 군사전문 웹사이트인 ‘유용원의 군사세계’를 2001년부터 운영, 2020년 4월 누적 방문자 4억명2을 넘었다. 유튜브 채널 ‘유용원 TV’를 비롯해 페이스북 등 7개의 개인 채널을 운영하며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국민의미래가 비례대표 명단을 발표하면서 유 전 기자를 ‘온라인 국방 커뷰니티 등을 운영하며 안보공감대 확산에 기여한 실천가’라고 소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에선 주한미군 및 카투사 순직자 추모비, 공군 순직 부자 조종사 흉상, 국방과학연구소 격려비, 해군 잠수함사령부 격려 조형물 건립 등을 주도했다.
지난달 충남 천안갑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을 받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외교안보전문가다.
1995년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연구 활동을 시작,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과 외교부 정책기획관을 역임하며 정부현안을 다뤘다.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외교관 양성에도 힘을 기울였다.
아산정책연구원에서도 활동했으며, 국내 주요 언론에서 외교안보 분야 해설을 맡기도 했다. 당시 신 전 차관은 외교안보 이슈를 날카로우면서도 분명하게 분석, 호평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날인 2022년 5월 9일 국방부 차관에 임명됐다. 국방부의 안살림을 꾸려가야 하는 차관은 업무와 책임이 많은 직책으로 꼽힌다.
윤석열정부의 첫 국방부 차관으로서 국방혁신 4.0을 추진하는 등의 업무에 몰두했던 그는 재직 시절 해병대 채 일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을 겪었다. 차관으로서 1년여간 근무하다가 지난해 10월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났다.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6번에 추천된 강 전 사령관은 ‘여군 첫 투스타’로 불린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11월 장군 인사에서 여군 최초로 소장으로 진급, 항공작전사령관이 됐다.
1990년 소위로 임관해 1993년 육군항공학교 입교, 회전익 조종사 95기를 1등으로 수료했다. 60항공단장과 11항공단장, 항공작전사령부 참모장, 항공학교장 등을 지냈다. 2021년 전역했다. 지난달 1일 국민의힘에 영입됐다.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 선거구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는 임종득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2차장은 1986년 육군사관학교 42기로 임관한 예비역 소장 출신이다.
군 생활을 주로 청와대, 국방부, 합참에서 정책과 전략을 기획하는데 보낸 전략통이다.
국정원 국방보좌관, 합참 전략기획차장, 합참의장 비서실장, 17사단장, 대통령 국방비서관, 교육사 교육훈련부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8월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되어 1년여간 재직한 뒤 물러났다.
이후 고향인 영주시가 포함된 영주·영양·봉화·울진 선거구 출마설이 제기됐고, 당 내 경쟁을 거쳐 공천을 받으면서 본선에 진출했다.
이들이 총선을 통해 22대 국회에 입성하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안보정책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야권의 공세를 저지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부 정책 견제할 인물 눈길
야권에서도 국방 분야 전문성을 지닌 인물들이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하는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은 1974년 해군사관학교 32기로 입학했다.
2010년 6월 해군작전사령관에 임명되어 해군의 전비 태세를 재정비했고,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 작전을 지휘했다.
2013년에는 제30대 해군참모총장에 취임했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해역에서 세월호가 침몰하자 23일 동안 독도함에서 현장구조지원본부장 임무를 수행했다. 이때 팽목항에 내려온 박근혜 대통령을 안내하면서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아 애도를 표했다.
이후 벌어진 방산비리 사건에서 고초를 치른 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고 중국 시안으로 떠나 시안배화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2017년 5월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캠프 합류를 선언했고, 2020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창원시 진해구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그해 12월 국가보훈처장에 임명됐다.
지난 1월 창원시 진해구 선거구 재출마를 선언, 당내 경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했다.
경기 용인병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저격수’로 평가받는다.
자신을 ‘제주 해녀의 아들’로 소개하는 그는 공군 소령으로 전역해 연세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국방부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20년 12월 국방부 대변인에 임용됐을 때, 국방부는 그를 “행정부와 입법부, 국방·외교·통일 등 안보 전 분야에 걸친 폭넓은 업무 경험과 정책적 시야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국방부 대변인은 다른 정부부처와 달리 카메라 앞에 나설 일이 많다. 국방정책과 군사외교, 북한 도발 대응, 군 내 사건사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세 번 있는 정례브리핑은 많은 사람이 지켜본다.
부 전 대변인도 이같은 과정에서 조금씩 얼굴을 알렸다.
부 전 대변인이 대중에 강하게 인식된 계기는 2022년 3~4월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과정이었다.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군 주요 인사들은 ‘새로운 권력’의 출현을 앞두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는 공개된 자리인 정례브리핑에서 “안보는 공기와도 같다” “국방부는 정치이념과 관련이 없다고 보여진다. 좀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대변인에서 물러난 직후인 지난해 2월 천공의 국정개입 의혹을 거론한 책 ‘권력과 안보’를 출판한 이후 국군방첩사령부와 군검찰 조사를 받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는 총선에 도전, 민주당 경선을 거쳐 용인병 선거구에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 후보로서 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 선거구에 출마하는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현역 시절 군 내에서 대북 전문가로 꼽혔다.
1984년 육군사관학교 44기로 입학했다. 영관급 장교 시절부터 국방부 국방정책실에서 대북 정책과 국방정책을 주로 다뤘다. 남북군사회담과 남북장성급회담 등에서 대북 협상 임무를 맡았다.
2020년 수도방위사령관을 역임했고, 2022년 전역한 뒤 고향인 강원 속초 등에서 ‘설악권 희망 포럼’을 만들어 활동했다. 지난해 6월 민주당에 입당했다.
민주당 후보로서 출마한 이들은 22대 국회에 입성하면 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비판하는 ‘공격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판과 더불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방 관련 인사들의 총선 출마에 대해 일각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다른 한편에선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예비역 장군 일색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총선 출마자들은 ‘국방’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총선 도전기가 어떤 결말을 맺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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