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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지사 “미 국무부, 제주4·3 첫 입장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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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4 11:18:45 수정 : 2024-04-04 17: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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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비극적인 사건…잊지 말아야 한다”

미 국무부가 제주4·3에 대해 “비극적인 사건”으로 “잊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제주4·3 당시 한반도 남쪽을 군정 통치(1945년 9월~1948년 8월)했던 미국은 사건의 발발과 확산에 직간접적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도 지금껏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왔다.

4일 차담회하는 오영훈 제주지사. 제주도 제공

오영훈 제주지사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환영 입장을 밝혔다.

 

오 지사는 “4·3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처음 나왔다. ‘비극적인 일이었다’라고 했다. 기억해야 한다고... 좀 더 다양하게 민간 차원에서 미군정의 책임 문제나, 미국의 사과 방식 관련된 다양한 의견이 나오길 바란다. 특히 학계·민간단체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그런 메시지나 운동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최근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한겨레의 이메일 질의에 “1948년의 제주사건은 참혹한 비극(terrible tragedy)이었다. 우리는 엄청난 인명 손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미 국무부는 답신에서 “미국은 민주적 가치와 인권 증진에 헌신하는 가까운 동맹국으로서, 앞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한국의 결의를 공유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제주4·3과 관련해 문서로 입장을 밝힌 것은 사건 발생 76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현대사 연구자들과 제주 지역사회는 4·3 문제 해결과 관련해 남아 있는 과제 중 하나는 ‘미국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지적해왔다.

 

실제 제주4·3 시기 미군정이나 군사고문단, 주한미국대사관이 작성한 각종 문서는 미국이 4·3 진압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정부가 2003년 10월 펴낸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4·3사건의 발발과 진압과정에서 미군정과 주한미군사고문단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사건이 미군정 하에서 시작됐으며, 미군 대령이 제주지구 사령관으로 직접 진압작전을 지휘했다”고 나와 있다.

 

국내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4·3항쟁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한 1988년 무렵부터 미국의 인정과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해왔다. 70주년이었던 2018년 10월에는 제주4·3연구소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 관련 단체들이 4·3에 대해 미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10만9996명의 서명을 받아 주한미국대사관에 전달했다. 하지만 미대사관 쪽은 최근까지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군정 당국은 4·3 무장봉기 직후인 1948년 4월 중·하순 미군정장관 딘 소장과 주한미군사령관 하지 중장이 진압을 명령하고, 같은 해 5월에는 미 보병 6사단 20연대장 로스웰 브라운 대령을 제주도 최고 사령관으로 파견했다. 브라운 대령은 당시 “나는 사건의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다”라며 한국의 군·경을 지휘했고, 그가 제주에 머무르는 동안 5000명이 넘는 제주도민이 무차별 검거됐다. 정부 수립 이후에도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사고문단을 통해 토벌작전을 지원하고,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지속해서 제주도 사태와 관련한 진전 상황을 보고받았다.

제주4·3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겨레의 이메일에 미 국무부가 지난달 27일 보내온 답신. 한겨레 제공

◆“미국, 적극적인 진상조사·책임규명 나서야”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언론을 통해서지만 미국정부의 제주4·3에 대한 사실상 대외적인 첫 공식 입장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라며 “그러나 미 국무부의 화법은 여전히 3인칭 관찰자 시점이다. ‘비극이었고 엄청난 인명손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정작 비극의 원인과 엄청난 인명손실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라고 평가했다.

 

위원회는 “미 국무부가 ‘1948년의 제주사건’으로 명명한 것도 책임 회피의 소지가 크다.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와 제주4·3특별법에 따르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제주4·3의 시작은 ‘1947년 3월‘이다. 이 시기는 명백하게 제주 땅에서 미군정이 통치하는 시기다. 제조선미국육군사령부군정청은 1945년 9월9일부터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까지 한반도 38선 이남을 ‘통치’했던 기구다. 이후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도 실질적인 군사작전권은 미국에게 있었다. 1948년 5·10선거가 무산 된 후 제주해안을 봉쇄한 것도 미국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 국무부의 말대로 이제 제주4·3에 대해서도 ‘외교적 수사’나 ‘주어가 없는 답변’이 아니라 4·3 시기 미군정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도 스스로 밝혀야 한다”라며 “이제라도 미국정부는 한국정부와 공동으로 4·3 시기 미군정 활동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아울러 진상규명을 토대로 그 책임에 대한 결과가 나온다면 민주적 가치와 인권의 관점에서 3만 영령들과 10만 유족, 제주도민들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있는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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