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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의대, 막말’… 외신이 본 총선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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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6 06:00:00 수정 : 2024-04-06 10: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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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한국 총선 주요 키워드 공개

제22대 총선을 나흘 앞둔 가운데 유권자들이 북한의 핵 위협 등 전통적으로 인기 있던 의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키워드’에 반응하고 있다는 외신 분석이 5일(현지시간) 나왔다. AP통신은 유권자를 자극하는 키워드로 ‘대파’, ‘의사 파업’, ‘막말’을 꼽았다. 

 

5일 서울 성북구 시립성북청소년센터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통적으로 ‘정책’보다 ‘인물’에 투표하지만 이번엔 ‘중도층’에 달려

 

AP통신은 보수와 진보 간 격차가 극명해 많은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의 정책보다는 소속 정당에 따라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 이미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극심한 양극화로 인한 당파 싸움에 지쳐 정당보다는 물가, 일자리, 세금 등 민생 문제에 더 집중하는 이른바 ‘온건파’가 확대되고 있다고 봤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한국인의 약 30%는 보수, 30%는 진보, 나머지 40%는 중도 성향이라며 “결론적으로 보수와 진보가 정치적 이슈를 놓고 격렬하게 논쟁하더라도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의 운명은 오히려 민생 이슈를 묵묵히 지켜보며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는 중도층에 의해 정해질 것“이라 덧붙였다.

 

지난 3월 3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촛불행동 회원들이 정권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후보 공약보다 주목받는 ‘대파’

 

AP통신은 국내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끈 첫 번째 키워드로 ‘대파(green onion)’를 꼽았다.

 

지난달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대파에 붙은 가격표를 보고 “대파 875원이면 그냥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말을 해 논란이 됐다. 당시 대파 한단 가격은 3000∼5000원 정도였다. 대통령이 최근 물가와 민생을 몰라 ‘합리적’이라 표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후 선거 운동에서 ‘대파’가 계속해서 언급되며 논란을 키웠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유세에 연일 ‘대파 875원’을 언급하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인천 유세 현장에 대파 한 단을 들고는 “여러분, 850원짜리가 맞느냐”고 물었고 지난 4일에는 부산 기장군 지원 유세 중 최택용 후보로부터 쪽파를 건네받고 “한뿌리에 20원쯤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에서도 대파 발언에 기름을 끼얹었다. 국민의힘 이수정 후보(경기 수원정)는 JTBC 유튜브에 나와 “875원은 (대파 한 단이 아닌) 한 뿌리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야당에선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이 사람들이 나라 살림이 무엇인지 기본을 모를 뿐만 아니라, 국민 알기를 정말 무엇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스1

◆한국서 의대 증원 논의는 “정치적으로 위험한 프로젝트”

 

‘의사 파업’도 윤 대통령의 ‘골칫거리(headache)’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월6일 2025학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5년간 총 1만명의 의대생을 증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2000명 증원을 확정한 후 최소한의 규모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의대 증원과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 또한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내고 이달 1일부터 외래 진료를 축소했다.

 

AP통신은 국내 의대 증원 논의를 “정치적으로 위험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인구 고령화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로 인구 대비 의사 비율은 선진국 중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면서도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노력은 현직 의사와 의대생들의 격렬한 항의로 인해 과거 정부에서 이미 실패했던 정치적으로 위험한 프로젝트”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처음에는 의대 증원으로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파업으로 수술이 취소되고 환자들이 불편을 겪으며 타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왼쪽),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 연합뉴스

◆“상대방에 대한 경멸에 불붙은 막말”

 

거대 양당의 ‘막말 공격’도 총선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AP통신은 “상대방에 대한 ‘경멸(contempt)’에 불이 붙은 양당은 서로를 향해 매우 공격적이고 모욕적인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동작을)를 ‘나베’라 부른 이 대표를 언급했다. 

 

지난 2일 이 대표는 나 후보와 경쟁하는 민주당 류삼영 후보(동작을)의 유세 지원을 가던 길에 중계한 유튜브 방송에서 나 후보를 향해 “‘나베’ 이런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국가관이나 국가 정체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은 분”이라고 말했다. ‘나베’는 나 후보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이름을 섞은 표현으로, 일본어로는 냄비를 뜻한다. 우리말로 냄비는 여성을 매춘부에 빗대는 속어로 쓰이기도 해 여성혐오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에 “이 대표나 민주당은 여성혐오가 일상인 정당”이라며 “이 대표의 별명을 생각해 보라. 그런 뼛속까지 찬 여성혐오를 갖고 어떻게 여러분께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여당에서도 막말은 이어지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일 민주당 김준혁 후보(경기 수원정)를 향해 “쓰레기 같은 극단주의자”라 지칭하고 4일 이 대표가 극우 커뮤니티인 ‘일베 출신’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후에도 ‘개’, ‘깡패’ 등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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