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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9억7000만명·세계 최장기 투표… 모디 3연임 기록 쓸까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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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0 21:00:00 수정 : 2024-04-20 16: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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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총선 44일간 대장정 돌입
美대선과 함께 2024년 최대 관심 선거
하원 543명 선출… 참여정당 2700여개
연꽃·손바닥 등 黨 상징그림 보고 선택
6주간 지역별 전자투표… 6월4일 결정
550만대 투표기 오지까지 찾아가 설치

‘모디노믹스’ 성과 표로 이어질까
경제 세계 5위로 성장시켜… 지지율 76%
현 303석 모디의 BJP, 400석 확보 목표
높은 청년실업률·고물가는 불만 높아
야당 인사·언론·非힌두교도 탄압 논란도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행사’로 꼽히는 인도 총선이 19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올해는 전 세계 76개국 이상이 선거를 치르는 ‘슈퍼 선거의 해’이지만 인도 총선은 그중에서도 미국 대선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선거로 지목된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올라선 인도는 이제 어엿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중심 개발도상국·신흥국)’의 리더다. 인도의 경제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미국과 중국을 모두 뛰어넘고 이르면 2028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기여도 1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전망까지 나온다(블룸버그).

 

지구 상에서 가장 ‘핫(Hot)한’ 나라라는 위상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길고 비싼’ 선거라는 점에서도 인도 총선에는 이목이 쏠린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선거는 어떻게 진행되나

인도 ‘록 사바’(하원) 의원 543명을 뽑는 총선에 참여하는 유권자(만 18세 이상)는 9억6900만명에 이른다.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의 인구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다. 참여 정당은 2700개 이상이며, 후보자는 그 3배에 이른다. 앞서 2019년에 치른 총선에는 8000명이 넘는 후보가 출마했다. 이들이 지출한 선거 비용은 86억달러(약 11조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미국 CNN방송은 “올해는 이를 더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10억명에 이르는 유권자를 투표소로 불러모으기 위해 선거는 44일에 걸쳐 치른다. 4월19일부터 6월1일까지 인도 전역에서 7단계에 걸쳐 지역별로 투표가 진행된다. 남부 타밀나두주(州)는 4월19일, 서부 구자라트주는 5월7일, 수도 뉴델리는 5월25일이 투표일이다. 투표 결과는 6월4일 발표된다.

방식은 100% 전자투표다. 수억장이 넘는 투표용지를 수개표할 경우 결과 집계에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전자투표제가 일찍이 정착했다. 전자투표기(EVM) 화면에 후보자 이름·사진·소속 정당 상징이 뜨고, 지지하는 후보자 옆의 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문맹률(25%, 2022년 기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언어도 다양한 탓에 연꽃(인도국민당·BJP), 손바닥(인도국민회의·INC) 등 상징 그림을 보고 정당을 구분하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

인도 전역에 550만대의 전자투표기를 설치하는 여정도 볼거리다. ‘유권자의 거주지 2㎞ 내에 투표소가 설치돼야 한다’는 선거법 규정에 따라 선거관리원들은 반군 점령 지역, 해발고도 4650m의 산악 마을, 정글 속 오지까지 보트, 낙타, 헬리콥터 등 모든 이동 수단을 총동원해 투표기를 운반한다. 투표권을 보장하려는 각고의 노력 끝에 기록한 지난 총선 투표율은 67%였다.

◆누가 이길 전망인가

인도의 정치체제는 의원내각제로, 하원 다수당 지도자가 총리로 선출된다. 과반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272석이 필요하다. 이번 총선에서는 2014년부터 10년째 집권 중인 나렌드라 모디(73) 총리의 3선이 확실시된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턴트의 조사에서 모디 총리는 지지율 76%를 기록했다. 모디 총리가 3선에 성공할 경우 인도 독립운동 영웅이자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와 유일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모디 총리가 소속된 BJP는 지난 총선에서 단독으로 303석을 차지했다. BJP는 이번 선거에서 여권 연합이 400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1야당 INC가 이끄는 야권 연합은 94석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인도 TV-CNX 여론조사). 네루 전 총리의 증손자인 라훌 간디가 이끄는 INC는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47년 이후 50년 넘게 인도를 통치한 거대정당이었지만, 현재는 하원 의석이 52석에 불과하다. INC는 인도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마하트마 간디가 결성한 독립운동 단체에 뿌리를 둔다.

모디 총리는 친(親)기업 경제 성장 정책, 대중 복지 정책, 힌두 우선주의를 내세워 INC를 압도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를 통한 제조업 일자리 창출이 핵심인 ‘모디노믹스’(모디식 경제정책)는 현재까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도 경제성장률은 올해 1분기 7.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예상치다. 모디 총리가 집권한 10년 동안 인도 경제 규모는 다섯 계단이나 뛰어올라 인도를 식민 지배했던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모디 총리는 자신이 3선에 성공하면 인도 경제가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대중 복지정책도 모디의 인기 요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모디 정부는 전체 인구의 60%에 이르는 8억100만명에게 무료 식량 배급을 시행하고 있다. 수혜 가구는 매달 밀이나 쌀 5㎏을 지원받는다. 식량 외에도 농민·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현금 지원 및 수도·전기·가스 인프라 확충과 보조금 지원으로 대다수 국민이 정부의 복지정책을 체감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 14일 빈곤층 3000만명에게 무료 주택을 제공하겠다는 총선 공약도 내걸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4일(현지시간) 뉴델리에 있는 인도국민당(BJP) 당사에서 19일부터 치러지는 총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델리=AFP연합뉴스

모디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힌두 우선주의다. 국민의 80%가 믿는 힌두교 우월정책을 펼치며 자신의 지지 기반을 다지고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힌두 우선주의의 다른 말은 ‘무슬림 박해’다. 모디 총리는 2019년 재선에 성공하자 인도 유일의 무슬림 다수 지역인 카슈미르의 특별자치권을 폐지했다. 같은 해 말에는 2014년 12월31일 이전 인도로 넘어온 방글라데시·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3개국 불법 이민자 중 이슬람교를 제외한 힌두교·시크교·불교·자이나교·조로아스터교·기독교 6개 종교 신자에게만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시민권법을 개정했다. ‘반(反)무슬림법’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법 시행을 유예했으나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전격 시행에 들어갔다.

◆선거의 주요 이슈는 무엇인가

여당의 압승이 예상되지만 모디 총리를 향한 쓴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먹고사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있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현안은 청년실업률이다. 록니티-CSDS가 유권자 1만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7%가 ‘실업’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으며, ‘물가 상승’이 23%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모디 정부는 공격적인 제조업 부흥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인도 인구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청년실업률(20∼24세)은 44.9%로 전체 실업률의 5배에 달한다.

12일(현지시간) 인도 서부 라자스탄주 다우사에서 열린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총선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이 모디 총리 얼굴 가면을 쓴 채 인도국민당(BJP)의 선거 팸플릿을 들어 보이고 있다.   다우사=AFP연합뉴스

치솟은 밥상머리 물가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3월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8%대를 기록했다. 모디 정부는 인도인의 필수 식재료인 양파 가격 폭등을 저지하기 위해 시행한 수출 금지 조치를 지난달 말 무기한 연장했다.

제1야당 INC의 당수 간디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BJP의 공약과 모디 총리의 연설에서 인플레이션과 실업이라는 두 단어는 빠져 있다”며 “그들은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논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3선에 성공하면 15년의 장기 집권 수순에 접어드는 모디 총리가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가 노골적으로 언론과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은 모디 정부가 ‘표적수사’를 통해 자신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2014년 모디 총리 취임 이래 당국이 실시한 부패·비리 관련 조사의 95%가 야당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달 초에도 현지 세무 당국은 탈세 등의 혐의로 INC의 은행 계좌를 동결해 사실상 선거 운동 자금줄을 차단했다.

모디 총리는 언론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 한 번도 자국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가진 적이 없으며, 별도로 질문도 받지 않는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하는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인도는 2014년 140위에서 지난해 180개국 중 161위로 하락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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