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용 등 대형 장엄등 다채
정관계 인사들도 행진 동참
“연등이 정말 멋지고 이렇게 많은 이가 참가하다니 매우 감동적이에요. 불교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연등 행사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질 것 같고, 불교를 더 알고 싶다는 마음도 듭니다.”(사오리 아나이·41·일본 가나가와현)
불기 2568년(2024년) 부처님오신날을 나흘 앞둔 11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등 행렬은 장관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 궂은 날씨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연등 행사 참가자와 도로변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은 부처가 강조한 자비의 정신을 기리며 축제처럼 행사를 즐겼다.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계 종단들로 구성된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흥인지문(동대문)을 출발해 종각 사거리를 거쳐 조계사까지 가는 연등 행렬을 연출했다. 관세음보살, 동자승, 사자, 호랑이, 코끼리, 불바퀴, 룸비니대탑, 연꽃, 입에서 불꽃을 뿜어내는 용, 봉황 등 형형색색의 대형 장엄등과 행진 참가자들 손에 들린 등이 종로의 밤거리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불자들은 소속 사찰의 연등이 지나갈 때 절 이름을 외치거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외국인들은 진귀한 볼거리를 스마트폰에 열심히 담았다. 프랑스인 뤼시앵 비나드(30)씨는 “이런 멋진 행사를 보며 한국문화에 더 가까워지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전국 사찰·선원·불교단체에서 온 신도와 베트남·방글라데시·네팔·스리랑카·태국·미얀마 등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불교 신자, 일반인 등 약 5만명이 행렬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불교계 주요 인사 외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도 연등을 들고 함께 걸었다. 연등 행렬을 핵심으로 한 불교 의식인 연등회(燃燈會)는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불교계는 연등 행렬 전 동국대 대운동장에서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灌佛)의식을 하고 연등법회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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