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8세 남아 학대 사망 사건…부모는 시 지원금 500만원 유흥비로 탕진해

母 “자다가 숨 안 쉬어” 119신고

뉴시스

강원도 강릉의 한 주택에서 8살 남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부모로부터 학대, 유기, 방임 당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18일 강릉시,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자녀가 8명이었던 아이의 부모는 매달 5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았지만, 대부분 유흥비에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A군(8)은 지난 4일 오전 11시27분쯤 강릉시 노암동 한 주택에서 A(8)군이 숨졌다.

앞서 A군 어머니는 “아이가 자다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과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군은 이미 호흡이 멎은 상태였다. A군은 발견 당시 왼쪽 눈에 오래된 멍이 들어 있으며 이외 별다른 외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군은 앞선 지난달 25일 눈에 멍이 든 채로 학교에 등교했고, 이를 발견한 교사가 경찰에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 당일 경찰과 강릉시청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A군을 만났으나 A군은 학대와 관련한 진술을 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과 전담 공무원은 같은 학교 1학년인 A군의 동생과도 면담해 “삼촌이 때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군은 나흘 뒤인 29일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시 전담 공무원은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A군의 결석이 지속되자 이달 2일 담당 교사가 집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당시 A군은 목감기를 앓아 등교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3일에도 A군은 등교하지 않았고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부검 결과 A군이 사망에 이를만한 외상이나 장기 손상은 없었다.

다만 경찰은 A 군의 부모와 삼촌으로 불리던 동거인 등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과 금융계좌 거래명세 분석, 참고인조사를 통해 아동학대 혐의를 확인했다. 피의자들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다.

A군의 부모는 재혼 가정으로 자녀만 8명인 이 가족에게 강릉시는 생계와 주거급여, 아동과 양육수당 등 매월 400~500만 원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대부분 유흥비에 쓰인 것을 경찰은 금융계좌 내역을 통해 확인했다.

또 2년 전 아동 학대가 신고돼 자녀 중 1명은 이미 분리조치 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시는 현재 보호시설에 남은 자녀 6명에 대해 심리 치료에 나서는 등 지원 대책을 찾는 중이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지속적인 학대, 방임, 유기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해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

이동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