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동급생 ‘강제’로 만진 남학생 3명, 학교 “동성끼리는 성추행 아냐...선처 부탁해”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자폐성 장애가 있는 동급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남학생 3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29일 인천경찰청 여청범죄수사계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장애인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A군 등 3명이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지난달 4일 인천시 남동구에 위치한 모 고등학교에서 동급생 B군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B군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학생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자 B군의 부모가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A군 등은 B군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후드재킷 지퍼를 내려 가슴을 강제로 만지고 꼬집거나 겨드랑이 안으로 손을 넣어 주무르는 등 여러 차례 추행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B군의 성추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막대기로 피해자의 가슴부위를 찌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성추행 혐의가 일부 인정돼 검찰에 송치했다”고 전했다.

B군 측은 학교가 상황을 파악한 뒤에도 제대로 된 대응 없이 B군을 보호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학교 측은 지난달 5일 학교폭력 내용을 전달받았지만,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B군의 어머니는 “성범죄 사건은 경찰 신고가 의무라고 알고 있지만, 학교는 2주가 지나도록 신고하지 않았고, 내가 112에 신고하겠다고 말하자 그때 신고를 했다”고 덧붙였다. 또 “사건 며칠 뒤 학교에 폐쇄회로(CC)TV 열람 요청을 했지만, 가해자 중 1명이 미동의해 열람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교 측은 해당 사안에서 “지난달 17일 회의 결과 동성 간 행위는 성적인 부분으로 보기 어려워 성추행이 아닌 학교폭력 사안이기에 경찰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장애인인권교육’을 실시했고 가해 학생들이 착해졌다”며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B군 측은 “학교에서는 가해자들을 분리하는 게 아니라 B군을 도움교실에 분리했다”며 “도움 교실은 가해학생 교실 건너편에 있어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었고 B군은 불안함에 떨어야 했다”고 호소했다. 현재 B군은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가 최근 다른 학교로 전학 수속을 밟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청이 발표한 2023년 주요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강제추행 발생건수는 1만4908건이며 검거건수는 1만4168건으로 검거인원은 1만4858명으로 집계됐다. 발생건수 대비 검거건수의 비율은 95%로 비교적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가연 온라인 뉴스 기자 gpy1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