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이 그제 한국에 미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속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사한 핵무기 공유 필요성도 역설했다. 북한의 무력 도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안보 등 우리 국익을 위해 검토할 만한 제안이라고 하겠다.
위커 의원은 국방투자계획 보고서 ‘힘을 통한 평화’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해 “매년 계속해서 미국 본토와 인도태평양의 동맹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더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장 외교 해법이 보이지 않기에 미국은 한반도에서 억제력이 약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그가 대안으로 든 것이 바로 미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 그리고 한국과의 나토식 핵공유다. 앞서 공화당 외교위원회 간사 짐 리시 의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몸담았던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부 장관 대행 등도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북핵이 나날이 고도화하는 가운데 그간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무게를 둬 온 미 정관계 인사들의 인식이 차츰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지난해 하반기 개헌을 통해 ‘핵무기 발전’을 헌법에 명시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겠다”며 핵무기 사용을 불사할 뜻도 내비쳤다. 현재 한·미 양국 간에 가동 중인 핵협의그룹(NCG)은 북핵 위협에 맞서 미국의 핵무기 사용 관련 의사결정에 한국 정부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NCG는 미국이 동맹국에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확장억제 전략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대북 억지력 측면에서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식 핵공유보다 한참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국민 중에는 ‘북한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떨어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고 나서겠느냐’라는 의구심을 가진 이가 많다. 오죽하면 “자체 핵무장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겠나.
북한은 그제 한국에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낸 데 이어 어제는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이례적으로 10여 발이나 한꺼번에 발사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엊그제는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하기도 했다. 도발 수위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그 방법도 다양화하고 있는 것이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의 안보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 전술핵 재배치든 나토식 핵공유든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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