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버들이 20년 전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들 신상을 앞다퉈 공개하는 가운데 영상 속 관련자들이 해당 유튜브 채널을 잇달아 고소하고 나섰다.
경남경찰청은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유튜브 영상들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5건의 고소장이 접수됐다고 7일 밝혔다. 김해 중부경찰서에 2건, 밀양경찰서에 3건의 고소장이 각각 접수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소인들은 한 유튜브 채널이 당사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개인 신상을 공개해 명예가 훼손됐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인 중에는 가해자로 지목돼 직장에서 해고된 남성과 가해자의 여자친구라고 잘못 알려진 여성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튜브 채널이 당사자들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개인 신상을 공개한 것을 두고 고소장이 접수된 것은 맞다"며 "정확한 고소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고소당한 유튜브 채널은 최근 가해자들 이름과 얼굴, 직장 등이 구체적으로 담긴 신상 공개 영상을 잇달아 올렸다.
이 중 가해자의 여자친구라는 내용을 잘못 공개해 "당사자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며 사과하기도 했다.
최근 이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영상들이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올리며 인기를 끌자 다른 유튜버들도 잇따라 가해자들 신상을 공개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영상은 형법상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처벌받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형법상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을 땐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박하영 경남변호사회 홍보이사는 "형법상 사실을 공개했더라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그 행위가 오직 공익에 관한 것일 때는 위법성이 없어진다"며 "이번 건은 오로지 공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사적 제재의 영역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 등을 면밀히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적 제재는 잘못된 정보 유포, 피해자 신상 등 2차 가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뉴스1이 전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금 당장이라도 신상을 확보하면 SNS 온라인 유포가 가능한 상황에서 개인의 정보습득 욕구를 우선시한 결과"라며 "이런 욕구가 '나라도 불합리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공정에 대한 감수성과 겹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적 제재보다 앞서 시행되고 환호를 받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법이 처벌 수위 측면에서 국민 의식을 반영하지 못하면 사법 불신은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다"며 "통신 매체 수단의 발달로 사적 제재의 영향력이 그 어떤 형사적 엄벌보다 커진 상황에서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강력 범죄 및 새롭게 대두되는 여성 범죄 등에 대해서 국가가 국민 법 감정에 맞게 양형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가 피해자와 소통 끝에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를 지원한 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7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 유튜브가 이날 오후 5시40분경 '밀양 피해자 분들과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피해자 분들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습니다. 제가 제작한 밀양 관련 영상들도 전부 내렸습니다'라고 쓴 공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들은 "6월 5일 피해자들은 유튜버에 '피해자 가족이 동의했다는 내용을 내려달라'라고 여러차례 요청했다"며 "그러나 6월 5일 오후까지 피해자들의 요청이 반영되지 않자 피해자들은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상의 후 당일 밤 9시 30분 경 보도자료를 배부하게 되었다"고 그간 과정을 설명했다.
이들은 "유튜버에 '피해자 가족이 동의했다'는 공지글은 6월 6일 새벽 삭제됐다"며 "6월 5일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피해자측의 보도자료 배포 이후인 2024년 6월 6일에도 유튜버는 일방적 영상 업로드를 지속했다. 그러다가 6월 7일 오후 7시 40분경 관련 영상을 삭제하며 공지글을 게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유튜버는 마치 피해자들과의 긴밀한 소통 끝에 피해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영상을 내린 것처럼 사실과 다른 공지를 하고 있다"며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피해자 측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지도, 경청하지도, 반영하지도 않았던 유튜브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다.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피해자가 희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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