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의 ‘끝판대장’ 오승환(42)은 지난 시즌 데뷔 후 최고의 시련을 겪었다. 시즌 초반부터 구위 저하와 난조로 부진했던 오승환은 지난해 5월3일 키움전에서 데뷔 첫 선발등판을 하기도 했다. 길게 던지며 구위를 되찾기 위함이었다. 전반기에만 두 차례나 마무리 보직에서 강등되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후반기 들어 제 모습을 찾았고 2023시즌을 30세이브를 채우면서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와 KBO리그 최초의 400세이브 등 굵직한 대기록을 작성하며 마쳤다.
삼성은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KT 마무리 김재윤을 영입했다. 오승환의 마무리 보직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박진만 감독의 선택은 오승환이었다. 그리고 오승환은 2023시즌의 부진을 딛고 자신이 왜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인지를 몸소 증명하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 11~12일 대구 LG전에서 이틀 연속 세이브를 거두면서 시즌 20세이브를 채웠다. 2021년 44세이브를 시작으로 2022년 31세이브, 지난해 30세이브까지 포함하면 4년 연속 20세이브 달성이다. KBO리그 역대 7번째다. 오승환은 그간 3년 연속 20세이브 이상은 두 차례 달성했지만, 4년 연속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틀 연속 등판 모두 타이트한 상황에서 올린 터프 세이브였다. 11일엔 5-4로 앞선 8회 2사 1,3루에 등판해 첫 타자인 김현수에게 몸에 맞은 공을 허용하며 2사 만루까지 몰렸지만, 전 타석에서 3점 홈런을 때려냈던 오스틴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불을 껐다. 9회엔 스스로 자초한 2사 만루 위기에서 홍창기를 2루 땅볼로 잡아내며 가까스로 승리를 지켜냈다.
12일에도 5-4, 1점차 앞선 9회에 등판했다. 솔로포 한 방만 맞아도 동점을 허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오승환은 문성주와 김현수, 오스틴을 모두 범타 처리하며 이틀 연속 한 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20세이브를 쌓은 오승환은 KIA 마무리 정해영(18세이브)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평균자책점 1.72는 10세이브 이상 기록한 마무리 중 가장 낮다. 블론 세이브 역시 단 1개로 10세이브 이상 기록 중인 마무리 중 가장 적다. 안정감 역시 마흔을 훌쩍 넘긴 오승환이 여전히 최고인 셈이다.
오승환의 부활이 더욱 뜻깊은 것은 전성기 시절 ‘돌직구’라 불리던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과거 오승환은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포심 패스트볼 하나만으로도 타자들을 윽박지르며 압도했다. 2013년 오승환은 포심 구사율이 무려 73.9%에 달했다.
올 시즌 오승환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2.4km에 불과하다. 자연스레 포심 구사율도 41.1%로 데뷔 후 최저로 떨어뜨렸다. 무뎌진 포심 대신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면서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 시즌까지 KBO리그에서 13시즌을 소화하면서 세이브 1위를 무려 6회(2006~2008, 2011~2021, 2021)나 차지했다. 2021년엔 만 39세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40세이브 기록도 갖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역대 최고령 40세이브 기록 경신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격언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오승환이 7번째 세이브 1위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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