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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없는 수박’은 왜 보기 힘들죠? [뉴스+]

, 이슈팀

입력 : 2024-06-15 21:04:25 수정 : 2024-06-16 05: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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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춘 박사가 소개…70년 지났지만 아직 비주류
GMO 아닌 육종기술…일일이 인공수분 까다로워
최근 재배 농가 늘고 가격도 일반 수박과 비슷해져

푹푹 찌는 무더위엔 수박 만한 과일을 찾기가 어렵다. 시원한 수박을 세모나게 잘라 크게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 가득 차는 수분과 단맛에 스트레스가 가신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먹는 흐름을 끊는 수박씨랄까. 검은 씨가 무수히 박힌 수박이라면 먹는 시간보다 뱉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이니, 씨 뱉기가 귀찮아 수박 먹기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소비자들은 의문을 가진다. 분명 한국의 우장춘 박사가 씨 없는 수박을 만들었는데, 우리는 왜 70년이 지난 지금도 씨 많은 수박을 먹고 있는 걸까. 씨 없는 수박은 왜 주류 수박으로 자리 잡지 못했을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를 따져보기 전에 먼저 씨 없는 수박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씨 없는 수박은 ‘한국 농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우장춘 박사가 한국에 소개한 것은 맞지만, 최초 개발자는 아니다.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한 사람은 1943년 일본 교토대 기하라 히토시 박사였다. 우장춘 박사는 재일 조선인 출신의 세계적 육종학자로 기하라 박사와 친분이 있었다. 우장춘 박사는 광복 후 조국으로 돌아와 1953년 씨 없는 수박을 재배하고 한국 토양에 맞는 무, 배추, 감자, 귤 등 농작물을 개발해 보급했다.

 

씨 없는 수박은 특정 품종이 아니다. 특별한 재배 방식을 통해 씨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수박은 22개의 염색체를 갖고 있는데, 세포 분열 단계에서 콜히친이라는 약물을 처리하면 44개 염색체를 가진 수박이 나온다. 이 수박을 다시 22개 염색체 수박과 교배하면 33개 염색체를 가진 씨앗을 얻을 수 있고, 이 씨앗을 키우면 정상적인 세포핵 분열이 이뤄지지 않는 씨 없는 수박이 탄생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수박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씨 없는 수박도 씨앗을 담을 껍질은 생긴다. 따라서 검은 씨는 없어도 흰 쭉정이 씨앗은 있다. 최근 대형마트들은 “왜 씨가 있냐”는 고객들의 항의에 ‘씨 적은 수박’이란 이름으로 씨 없는 수박을 판매하고 있다.

 

씨 없는 수박은 거의 대부분 하우스에서 재배한다. 그래서 균일한 품질과 당도를 유지할 수 있다. 먹기 편한데 달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씨 없는 수박을 소비자들이 흔히 접할 수 없는 이유는 재배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북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2022년 씨 없는 수박 재배 면적은 1330ha로 전체 1만1762ha의 11.3%였다. 2010년 130ha(0.79%)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배로 늘어난 것이지만 여전히 수박 10통 중 1통만이 씨 없는 수박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왜 농가들은 씨 없는 수박을 재배하지 않을까.

 

씨 없는 수박은 일일이 손으로 인공수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기형과실 발생 비율도 일반 수박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씨 없는 수박은 일반 수박보다 높은 기온에서 잘 자라는 고기온성 작물이기도 하다. 연중 가장 더운 7월이 주 출하 시기인데, 당도 높은 일반 노지 수박과 출하 시기가 겹쳐 경쟁력이 떨어진다.

 

농가 입장에서는 재배하기도 까다로운데 일반 수박보다 월등히 높은 소득을 얻을 수도 없으니 굳이 씨 없는 수박을 재배할 이유가 없었다.

서울 한 재래시장에서 수박을 팔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엔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재배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달고 과육이 단단한 고품질 씨 없는 수박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후 변화로 평균기온이 높아져 고기온성 작물인 씨 없는 수박 재배 가능 면적도 확대됐다. 변화무쌍한 기후 탓에 노지 작물의 품질과 당도를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유통시장에서 씨 없는 수박이 더 주목받게 되기도 했다.

 

정주형 전북농업기술원 수박시험장 연구사는 “최근 몇 년 사이 씨 없는 수박 재배 농가가 크게 늘었다. 남부뿐만 아니라 중부 쪽에서도 씨 없는 수박을 활발히 재배한다”면서 “이른 더위로 수확 시기도 점점 앞당겨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 소비자들이 고품질 씨 없는 수박을 더 일찍,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여름이면 수박 판매 경쟁을 벌이는 대형마트들에서는 최근 씨 없는 수박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보통 씨 없는 수박은 일반 수박보다 1000원가량 비싸지만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 차이는 좁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롯데마트 관계자는 “종묘사·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일찍 씨 적은 블랙수박과 씨드리스그린 프라임 수박 판매를 시작했다”며 “아이가 있는 고객들 대상으로 특히 인기다. 산지 물량이 충분해 판매가도 일반 수박과 동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예전에는 씨 없는 수박이 유전자변형농수산물(GMO)이라는 오해가 있어 소비가 부진한 측면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인식이 개선돼 선호도가 높아졌다”면서 “다음 주부터 ‘씨가 적어 먹기 편한 수박’ 판매를 시작해 장마철부터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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