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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계 최초 랍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 모두의 존엄과 안전성 지켜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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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18 15:30:07 수정 : 2024-06-18 15: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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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라 워닉 북달, 2014년 세계 3대 유대교 회당 최초 여성·아시아계 수석 랍비로 임명
18일 방한 기자회견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마음 아파…전쟁 빨리 끝나길”
“한국 출산율 너무 낮아 깜짝 놀라…가족공동체 중요성 인식해야, 수월한 육아 환경 조성도 시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태는 정말 마음이 아파요. 전쟁이 빨리 끝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 모두의 존엄과 안전성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세계 3대 유대교 회당인 센트럴 시나고그의 최초 여성·아시아계 수석 랍비인 앤젤라 워닉 북달이 18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랍비(유대교 지도자)로 손꼽히는 앤젤라 워닉 북달(52) 뉴욕 센트럴 시나고그 수석 랍비는 18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무고한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이스라엘 유대교와 한국의 만남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를 주제로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서울대에 이스라엘 교육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기념해 그를 초청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유대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북달 랍비는 “이스라엘이 생존과 안전을 위해 스스로를 지킬 의무가 있다”면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 역시 다른 곳으로 이주하지 않고 존엄하고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전체가 아니라 하마스와 대결하고 있다”며, 하마스에 대해 “누구에게나 해를 끼치고 팔레스타인 국민들까지 위험에 처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2014년 세계 3대 유대교 회당인 센트럴 시나고그의 최초 여성·아시아계 수석 랍비로 임명돼 주목을 받았다. 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기도하고, 앞서 2011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미국서 가장 영향력 있는 랍비’로 그를 선정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5살 때 미국으로 부모와 함께 이주한 북달 랍비는 한국과 미국, 유대인 사회에서 모두 이방인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부모 덕분에 ‘완전한 한국인이자 유대인’으로서 정체성을 지켜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출산율(지난해 4분기 기준 0.65명)이 너무 낮은 것에 “깜짝 놀랐다. 한국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데도 아이 낳고 키우는 비용이 비싸다고 들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세계 3대 유대교 회당인 센트럴 시나고그의 최초 여성·아시아계 수석 랍비인 앤젤라 워닉 북달이 18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그는 “이스라엘의 출산율은 3.1명으로 선진국 중 최고”라며 ‘안식일’ 문화가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유대인은 일주일에 한 번 안식일 때마다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 하고 쉬면서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안식일을 통해 가족 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죠. 이런 건(이스라엘 출산율이 높은 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배석한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한국은 어려서부터 모든 교육이 (좋은) 대학 가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가정교육이 무시되고 파괴됐다”며 “이스라엘처럼 친가족화 사회가 된다면 저출산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세계 3대 유대교 회당인 센트럴 시나고그의 최초 여성·아시아계 수석 랍비인 앤젤라 워닉 북달이 18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북달 랍비는 한국의 출산율 제고를 위해 “여성들이 경력 단절 걱정 없이 육아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아빠들의 유급 육아 휴직도 활성화하는 등 부모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유대인의 대화식 교육법에 담긴 가르침 중 하나도 소개했다. “유대인의 표현 중 ‘너는 항상 두 개의 종이를 갖고 다녀라’는 말이 있어요. 한 종이엔 ‘나는 재(먼지)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다른 종이엔 ‘세계(우주)가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라고 써 있습니다. 교만해지면 ‘나는 재에 불과하다’는 종이를 꺼내보고, 우울해지고 왜 사는지 모를 때면 다른 종이를 보라는 겁니다. 개인이 공동체의 작은 일부이기도 하지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귀한 존재란 점을 일깨우는 것이지요.”

 

18일 ‘이스라엘 유대교와 한국의 만남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를 주제로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앤젤라 워닉 북달 랍비(왼쪽)가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의 얘기를 듣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북달 랍비는 1948년 정부를 수립한 한국과 이스라엘의 공통점을 열거하며 양국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기를 기대했다. “양국은 주변 국가로부터 많은 침략을 당했고 고유 문화를 말살하겠다는 위협도 받습니다. 천연자원이 없는데도 높은 교육열로 빠르게 선진국이 됐습니다. 서로 문화는 다르지만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한국인이자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북미 최초 유대교 랍비가 된 사람인 만큼 양국 관계가 돈독해지도록 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그는 직접 기타를 치며 아리랑을 부른 뒤 회견을 마쳤다. 

 

한편 이날 개소한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는 한국과 이스라엘의 교육, 문화, 창업, 기술 등 미래 사회 국가 신성장동력의 핵심 요소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수행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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