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티셔츠·돼지고기는 2배 넘어서
높은 농산물가격, 낮은 생산성 등 원인
고령화·기후변화로 생활비 부담 가중
통화정책·재정 투입 대응으로는 한계
“농산물은 수입 등 공급 다변화로 안정
OECD보다 싼 공공료 인상 필요” 강조
우리나라의 의식주 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약 6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과와 돼지고기, 티셔츠, 골프장 이용료 등은 1, 2위를 다툴 정도로 비쌌다. 반면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은 최하위 수준으로 품목별 편차가 컸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품목별 물가 편차는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사과 등 농산물 수입과 공공요금의 단계적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은은 ‘2024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18일 열고 “우리나라 물가 수준은 OECD 전체 중 27위, 소득 수준이 비슷한 주요국과 비교하면 평균 수준”이라며 “그러나 품목별로는 가격이 현저히 높거나 낮은 품목이 많고, 주요국과의 가격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 통계(2023년 나라별 주요 도시 1개 물가 기준·한국은 서울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식주(의류·신발·식료품·월세) 물가는 OECD 평균보다 55% 높았다. 품목별로 보면 의류·신발, 식료품, 주거비가 평균을 각각 61%, 56%, 23% 웃돌았다.
OECD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사과(279)·골프장 이용료(242)·티셔츠(213)·남자 정장(212)·돼지고기(212)·감자(208) 물가는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섰다. 원피스(186)·오렌지(181)·쇠고기(176)도 두 배에 육박한다. 이들 품목별 OECD 회원국 중 물가 수준 순위를 살펴보면 사과·티셔츠는 1위, 오렌지·감자·골프장 이용료는 2위, 쇠고기·남자 정장은 3위, 바나나·원피스·오이는 4위를 각각 차지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특히 높은 이유로 낮은 생산성, 높은 유통비용, 제한적 수입 등을 꼽았다. 옷값이 비싼 것은 브랜드 의류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성향, 고비용 유통경로 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에 반해 공공요금(전기료·수도료·대중교통·우편요금) 물가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 평균보다 27% 쌌고, 특히 수도료(58)·전기료(52)·인터넷 사용료(40)는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순위도 인터넷 사용료(31위)·외래 진료비(28위)·전기료(27위)·수도료(26위)가 모두 33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가계 부담 경감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 완화 등을 고려한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한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고령화로 재정 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기후변화로 빚어진 작황 차질은 생활비 부담을 계속 증대시킬 가능성이 높은 만큼 통화정책이나 재정 투입 등 단기적 대응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한은의 진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을 낮추기 위해 어떤 구조 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해 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농산물의 가격 안정을 위해 생산성 제고와 수입 등을 통한 공급 채널 다양화, 유통구조 개선을 제안했다. 공공 서비스 공급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요금의 단계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큰 에너지 충격이 왔을 때 일시적으로 완충하는 조치를 취하다 단계적으로 정상화하자는 것”이라며 “(공공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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