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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인간과 동물 ‘애증의 역사’ 추적

입력 : 2024-06-22 06:00:00 수정 : 2024-06-20 21: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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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동물사/ 이종식/ 동아시아/ 1만5000원

 

역사 속에서 동물은 늘 인간과 공존했다. 동물은 인간에게 사냥감이기도 하고, 가축이기도 하고, 애완동물이기도 했다. 도시를 중심으로 현대 유럽 문명이 발전하고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면서 인간은 강아지, 말, 젖소, 쥐, 낙타, 물개, 사자, 당나귀, 닭 등 다양한 동물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선택적으로 동물들을 사랑하고 혐오했으며 살리고 죽였다.

저자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당연해 보이는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보기 위해 수백 년 전 다양한 나라와 민족의 경험을 역사적으로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동물을 정말 사랑하고 있는지도 고찰한다. 이것이 곧 ‘동물사’라는 역사를 수행하는(do history) 일이다.

이종식/ 동아시아/ 1만5000원

저자는 도시를 중심으로 현대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를 주목하며 동물사 서술을 시도한다. 전근대 농촌 사회에서 대부분 동물은 수렵과 목축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19세기부터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대규모로 이동하면서, 또한 제국이 식민지에 근대 문명을 이식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긴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총 3부에 걸쳐 설명한다.

1부 ‘도시의 강아지들’에서는 오랫동안 인간과 친숙하게 지낸 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농경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진 말, 소, 돼지 같은 가축들은 퇴출당한 반면 개는 인간 곁에 살아남았다. 인간은 이 남아 있는 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개는 누군가에게 사랑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부 ‘감춰진 동물들’은 근대적 도시 생활에 이용된 말과 젖소의 이야기를 다룬다. 도시는 농촌과 다르게 통근을 위한 이동 수단이 필요했는데 이때 말이 중요한 동력을 제공했다. 도시 사람들에게 우유를 제공해야 하는 젖소는 공장식 대량 생산을 하느라 온갖 수난을 겪었다.

3부 ‘제국의 동물들’은 제국의 전쟁과 식민 지배에 이용된 동물들을 이야기한다. 아프리카의 동물들은 유럽의 동물원에 전시됐는데 그 이면에는 제국주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제국주의자들은 ‘동물 사랑’이나 ‘동물 복지’를 식민 지배의 이데올로기로 활용하기도 했다.

“다채로운 역사를 알고 있을 때 우리는 우리 곁의 동물들을 더 잘 사랑하고 더 굳건히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 말씀드린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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