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데바 통계 자료 부재가 감독 부실로
정부 전국 의대 해부 교육 현황 첫 조사
“시신 기증·활용 과정 투명 개선” 지적
수년간 비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카데바(해부 실습용 시신) 유료 강의가 진행됐음에도, 이에 대한 관리나 규제는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 차원의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다음달 12일까지 카데바를 관리하는 전국 의과대학 63곳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해부 교육 현황을 조사한다. 20일 현재 15개 대학이 자료를 제출한 상황이다.
복지부가 시신 해부 교육 현황을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의대 측이 관련 자료를 제출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며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땐 보고를 받거나 조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모니터링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카데바 통계 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 개별 의대가 기증부터 화장 단계에 이르기까지 과정 전반을 자체적으로 관리할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복지부는 카데바 부실 실태 논란을 촉발한 가톨릭대의 민간인 대상 유료 카데바 강의 사실이 세계일보 보도<2024년 6월11일자 10면 참조>로 확인되기 전에는 비의료인 대상 실습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정책 수립의 토대가 되는 기초 통계의 부재가 관리·감독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관리 주체가 돼야 할 대학 측 역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 공개된 복지부 ‘시체 기증 활성화를 위한 연구’ 용역 보고서는 “연구 및 관련 사업에 실질적으로 활용되는 기증 시체의 현황과 수를 정확히 파악해 관리하고 있는 대학은 극히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인범 가톨릭대 교수 연구팀의 조사 결과 응답한 29개 대학 중 19곳은 최근 5년간 카데바 관련 논문이나 과제를 단 하나도 수행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5년간 2개 이하의 논문·과제를 수행했다는 대학은 2곳 있었다. 미흡하나마 카데바를 활용된 연구가 실제 수행되고 있음에도 대학 측이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게 연구팀 분석이다.
보고서에는 의대별로 천차만별인 수급 현황도 여실히 나타난다. 2018~2022년 5년간 연평균 카데바 수급 수는 37개 의대 평균 23.9구로 조사됐다. 수급이 가장 원활한 가톨릭대 의대의 경우 318.6구에 달했는데, 이는 2위인 경희대 의대·치대·한의대(62.2구)의 5배가 넘는 규모다. 수도권 10개 대학이 평균 54.8구, 지방 27개 대학이 12.5구로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차이도 극심했다.
시신 기증 문화가 자리 잡은 미국의 시스템은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시카고 인근 8개 의대가 결성한 AGA(Anatomical Gift Association)는 연간 400여구의 카데바를 수급해 의학 교육 및 연구, 지역 보건 등 필요한 곳에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AGA는 기증부터 유가족으로의 양도까지 모든 과정을 서면과 QR 코드 등 이중으로 기록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통합관리 시스템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시신 기증과 활용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대별 수급 불균형 현상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제각각인 시신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일원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백수진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생명윤리센터장은 올해 4월 논문에서 “시체 기증이 불안정한 지역의 의대에서는 당장 정원 증원 이후 필수교육인 해부학 실습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안정적인 시체 기증의 절차를 수립하고, 시체 기증자와 기증희망자를 위한 예우와 유족을 위한 적절한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운영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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