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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어르신 만성질환 고통… 최적의 약 조제 보람”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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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23 21:55:18 수정 : 2024-06-24 00: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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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국가공인 노인 전문약사’ 서보람씨

약사 경력 28년차… 2023년 합격증
10여 년째 청주의료원서 근무

“노인들 복용약 많아 부작용 빈번
부모님 챙기듯 맞는 약 제안해”

“어르신 환자가 많은 공공의료를 지키는 데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라도 될까 싶어 전문약사 자격증에 도전했습니다.”

 

충북 청주의료원에서 근무하는 서보람(51) 약사는 국내 1호 국가공인 ‘노인 전문약사’ 중 한 명이다. 약사로서 경력은 28년 차이지만 지난해 처음 국가공인 시험으로 치러진 노인 전문약사 자격증을 땄다. 이달 19일 청주의료원 약제실에서 만난 서 약사는 “어르신 환자가 많은 청주의료원 특성에 맞춰 노인 전문약사 자격증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서보람 노인전문약사가 19일 충북 청주의료원 약제실에서 약을 검수하고 있다.

전문약사는 약물요법에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춰 환자 치료에 도움을 주는 임상 약사를 일컫는다. 내분비·노인·소아·심혈관·감염·정맥영양·장기이식·종양·중환자 9개 과목으로 나뉜다. ‘전문약사의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지난해 처음 국가공인 시험으로 치러졌다. 응시자격은 한국병원약사회 전문약사 자격증 보유자 및 해당 과목 분야 1년 이상 근무한 약사에게만 주어지는데 서 약사는 2018년 민간 자격이었던 전문약사 자격증을 취득한 바 있다.

 

초등학교를 비롯해 대학원까지 청주에서 마친 서 약사는 1997년 약사 면허를 취득했다. 지역의료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으로 2013년 1월 청주의료원에 발을 디뎠다. 서 약사는 “공공의료에 종사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한 약사가 천직이 됐다”며 “청주의료원 약제팀에서 근무하면서 성취감은 물론 지역 주민과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 약사는 지역 어르신 등 만성질환자의 약 조제에는 더 심혈을 기울인다. 서 약사는 “어르신 환자와 약 상담을 마치고 서류에 동의서를 받으려 하면 갑자기 안 하신다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는 일도 종종 있다”며 “환자를 지속해 설득하고 의사의 처방이 이뤄져 약을 먹으면 속이 편하거나 그동안 불편한 증상이 조금 개선되는 예도 있다”고 전했다.

 

19일 충북 청주의료원에서 서보람 전문약사가 노인 전문약사 자격증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노인 전문약사는 좀 더 지역어르신들에게 효과적인 약을 조제하고 싶어 도전한 자격증이다. 서 약사는 “전문약사는 환자와 보호자를 상대로 상담하고 의사, 간호사 등과 협력한다”며 “기존에 환자가 먹던 약 분석 등을 통해 해당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약을 찾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의 일부 성분 중 기억력을 저하해 어르신에게 쓰면 더 나빠질 수 있는 약도 있다”며 “의사와 간호사 등과 협업해 환자에게 최적의 약을 찾으려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서 약사는 의사와 간호사, 영양사, 약사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환자를 치료하는 다학제 치료협력에 관심이 많다. 서 약사는 “최근 의료원에 입원한 농촌지역 한 어르신과의 상담 과정에서 허리와 관절 두 가지 약을 함께 먹는 것을 확인하고 스테로이드제로 피부까지 이상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며 “전문의와 간호사 등과 협력으로 적정치료에 들어간 덕택으로 환자 상태가 호전됐다”고 전했다. 그는 “시골 어르신 환자는 대부분 만성질환과 통증으로 다량을 약을 먹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엔 최적의 약을 약사가 제안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우리 부모님’이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보람 전문약사가 19일 충북 청주의료원 약제실을 설명하고 있다.

청주의료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다제약물관리사업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으로 다량의 약을 먹는 65세 이상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서 약사는 환자들이 그동안 복용했던 약을 분석한 뒤 불편한 점, 특이사항 등을 점검한다. 이어 전문의와 간호사 등과 협업해 끊임없이 환자 상태를 살핀다. 사업 참여 환자는 2022년 5명, 지난해 26명이다. 올해 들어서는 6월 현재 벌써 26명에 달한다. 서 약사는 “다제약물관리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지만 인력에 문제가 있다”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약사가 배출돼 환자에게 최적의 약이 공급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주=글·사진 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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