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미흡한 안전 교육 지적…“인재로 몸살”
해외 언론들이 경기 화성시 리튬 배터리 제조·판매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를 연달아 보도했다. 사망자 대다수가 외국인이었던 만큼 외국인 노동자 대상 안전 교육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4일(현지시간) 화재 사건을 보도하며 ‘죽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건물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다’는 경기도 소방당국의 설명을 인용했다. 이어 “직원들은 출구가 없는 층으로 달려갔다”고 전했다. 화재 당시 아리셀 공장에는 102명이 근무하고 있었고 사망자 22명 가운데 18명이 외국인이었다. 국적 별로 중국 국적 17명, 라오스 국적 1명이다. 한국인 사망자는 4명인데 이 가운데 1명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사람이었다.
사망자가 외국인 일용직 노동자로 화재 시 어디로 탈출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전 교육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로이터통신은 같은 날 화재 사건을 보도하며 “새로운 법(중대재해처벌법)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산업재해는 계속되고 있다”며 “2년 전 한국에서는 매년 수십 명의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후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회사 임원을 처벌하고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감소했던 국내 외국인 노동자 수는 반등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연도별 외국인 근로자 체류 인원’을 보면 2021년 약 34만3000명, 2022년 약 37만4000명, 2023년 41만5000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NYT는 “수십년 동안 낮은 출산율을 겪은 한국은 현지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점점 더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게 됐다”며 “화성과 같은 공업 도시의 소규모 공장과 농촌들은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운영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2000년대 이후 가장 많은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로 꼽히는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도 거론했다. 2008년 1월7일 경기 이천시 한 냉동창고에서 불이 나 창고에서 일하던 57명 가운데 40명이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 외국인은 13명으로 중국 국적자 12명, 우즈베키스탄 국적자 1명이었다.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당시에도 사망자 38명 가운데 2명이 카자흐스탄 국적자, 1명이 중국 국적자였다.
NYT는 “한국은 첨단 기술과 제조업으로 유명하지만 오랫동안 화재를 비롯한 인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고 당일 현장을 찾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불행히도 여러 명의 중국 국민이 희생돼 극히 침통한 심정”이라며 “한국 유관 기업이 뼈아픈 교훈을 얻기를 바라며, 재한 중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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