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4)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방문 경기를 마친 뒤 중계방송사 인터뷰 도중 왈칵 눈물을 쏟았다.
그는 한결같이 응원해준 팬들에 관한 질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목이 멘 채 "(성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한결같이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지금도 (관중석에서) 떠나지 않고 응원해주고 있는데 가슴이 북받친다"라고 말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LG의 1선발로 맹활약을 펼치던 켈리는 올 시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5경기에서 3승 7패 평균자책점 5.13으로 부진했다.
5년 연속 10승 이상씩을 거뒀던 켈리는 어느 순간 퇴출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대체 외국인 선수를 찾기 위해 미국행 항공편에 올랐고, 이런 과정이 모두 공개됐다.
선수 인생의 갈림길에 섰던 켈리는 25일 삼성전에서 인생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그는 8회까지 단 한 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했다.
4-0으로 앞선 9회 선두 타자 윤정빈에게 중전 안타를 내주며 아쉽게 새 역사를 쓰진 못했지만, 관중들은 켈리의 이름을 연호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허탈한 미소를 짓던 켈리는 마운드로 올라온 포수 박동원을 안아줬다.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은 뒤 아웃 카운트 3개를 잡아내며 무사사구 완봉승으로 4-0 승리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켈리는 "관중들이 보내준 응원에 감동했다"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9회 마운드에 올라갔을 땐 집중하려고 노력했는데 상대 타자가 2구 체인지업을 잘 공략했다"며 "분명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박동원이 바로 마운드에 올라와서 '퍼펙트 문전까지 온 것도 엄청난 것'이라고 말했고, 그 말에 힘을 얻어 더는 무너지지 않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켈리는 안타를 허용한 뒤 1루를 향해 모자를 벗고 인사했다.
그는 "응원해준 관중들에게 보낸 감사의 인사였다"고 말했다.
켈리는 "오늘 경기는 먼 미래에도 잊지 못할 것"이라며 "지난해 한국시리즈 등판에 이어 두 번째로 특별했던 경기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경기로 다시 반등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도 했다.
켈리는 "올 시즌 초 구속이 예전처럼 나오지 않아서 답답했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제는 조금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구속도 조금씩 올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켈리는 9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올해 완봉승이 나온 건 롯데 자이언츠 에런 윌커슨에 이어 두 번째다.
투구 수는 102개였고, 직구(37개), 커브(25개), 슬라이더(16개), 체인지업(19개), 포크볼(3개), 투심 패스트볼(2개) 등 다양한 공을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9㎞까지 나왔다.
한편 퍼펙트 투구는 1982년 태동한 프로야구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SSG 랜더스에서 뛰던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는 2022년 4월 2일 NC 다이노스전에서 9이닝 동안 단 한 번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으나 팀 타선이 정규이닝 동안 1점도 내지 못해 0-0으로 맞선 연장 10회에 교체되며 퍼펙트 투구를 완성하지 못했다.
2군 무대에서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던 이용훈이 2011년 9월 17일 퓨처스리그 한화 이글스 2군과 경기에서 퍼펙트를 기록해 프로 무대 유일한 퍼펙트 투수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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