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1강2중1약 양상 굳어지자
‘尹대통령·韓 갈등’ 지적 집중견제
元 “韓, 소통·신뢰·경험 3無 후보”
羅 “혼자 잘났다고 해”·尹 “절윤”
韓, 羅·元·尹과 찍은 사진 올리며
“당·국가 미래 고민하는 선거 되길”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가 한동훈 후보를 향해 ‘배신의 정치’를 한다며 공세에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유승민 전 의원에게 배신자 낙인이 찍혔듯, 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설이 제기됐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세 후보의 협공이 ‘한동훈 유승민 만들기’에 성공할지, 오히려 역효과를 내며 한 후보의 대세론 굳히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동훈 캠프 정광재 대변인은 30일 논평을 내고 “아무리 공한증(恐韓症)에 시달린다 해도 협박과 분열의 정치는 안 된다”며 “당원과 국민에 대한 협박 정치이자 공포 마케팅”이라고 밝혔다. 한 후보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공포를 ‘공한증’(중국 축구가 한국에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반격에 나선 셈이다. 한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4·10 총선 당시 나·원·윤 후보와 함께했던 사진을 올리며 “이번 당대표 선거가 인신공격과 마타도어가 아니라 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실제 당권 레이스 초반 판세가 ‘1강(한동훈)·2중(나경원·원희룡)·1약(윤상현)’으로 굳혀지면서 나·원·윤 후보는 한 후보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특히 원 후보는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며 ‘한동훈 배신자론’ 공세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한 후보가 대표가 되면 당정 갈등이 심화해 또다시 탄핵 정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탄핵 트라우마’를 자극하겠단 의도로 보인다.
원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공한증 맞다”라며 “어둡고 험한 길을 가는데 길도 제대로 모르는 초보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을까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한 후보와 윤 대통령 간) 의미 있는 소통이 단 한 번도 없었단 것에 너무 충격받았다”면서 “한 후보에게는 소통, 신뢰, 경험 3가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가 띄운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역시 배신의 근거로 사용됐다. 원 후보는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을 미끼로 낚시질하는데 탄핵에 말려들면 결과적으로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한 후보가 국민에 대해 배신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배신하는 사람은 없다”고 비판했다.
나·윤 후보도 원 후보를 측면 지원하는 모습이다. 나 후보는 이날 경기 지역 당원 간담회에서 한 후보를 겨냥해 “대통령과 틀어졌다”면서 “대통령을 망가뜨리고 혼자 잘났다고 하면 우리 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전날 “특정인을 위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면 다른 차원”이라고도 했다. 윤 후보는 한 후보와 윤 대통령의 관계를 ‘절윤’으로 표현하며 “절윤이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배신의 정치”는 2015년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던 유 전 의원이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합의해 통과시키자 박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 전 의원을 비난하는 의미로 사용된 표현이다. 유 전 의원은 그 이후 전국구 정치인으로 부상했지만 대구·경북 지역과 강성 보수층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혀 당내 경선마다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다만 한 후보를 겨냥한 ‘배신자 프레임’이 실제 판세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에게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배신이라고 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의 ‘수박 논쟁’과 다를 게 뭐냐”면서 “당원들도 프레임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로 여겨져 다른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 후보를 갈라치기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원 후보가 가지고 있던 개혁적인 이미지에도 손상이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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