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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있죠?” 수익 노린 과잉진료에… 보험금 줄줄 샌다 [심층기획-실손 망치는 비급여 남용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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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04 06:00:00 수정 : 2024-07-04 15: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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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악용 배 채우는 병원들

무릎주사·피부보호제 보험금 급증
지난해 비급여 지급액 8조원 넘어서
보험사 적자↑… 보험료 인상 ‘부메랑’

비급여 진료 확대… 인력 유출 우려

비필수의료, 의사 재량 고수익 가능
피부과·안과·성형외과 쏠림 부추겨
“다른 실손 가입자들 고스란히 피해”

“실손보험 있으시죠?”

A씨는 보톡스 시술을 받기 위해 방문한 피부과에서 상담실장으로부터 이런 질문과 함께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피부미용 패키지 10회를 결제하면 총 750만원 중 600만원을 보험사로부터 실비로 지원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보톡스, 스킨부스터, 실 리프팅 등의 미용 시술을 하면서 피부장벽 손상이나 건조한 피부에 사용되는 창상 피복제 ‘진우패치’를 끼워넣어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상담실장은 “보험사가 치료 부위를 물으면 유방 혹은 사타구니라고 말하라”면서 보험사가 추궁하면 병원에서 대응하겠다고 A씨를 안심시켰다.

이처럼 피부과에서 미백, 주름 관리 등의 미용 시술을 받으면서 피부질환 치료를 한 것처럼 실손의료보험을 허위 청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3일 전체 실손보험 중 67%를 차지하는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5개 보험사에 따르면 피부보호제 등의 재판매 가능 치료재료로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2022년 들어 전년 대비 18.4% 증가한 10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000억원에 육박했다.

◆병원 수익 수단 된 비급여… 실손보험료↑

과잉 진료와 ‘의료 쇼핑’ 등으로 실손보험의 비급여(국민건강보험 미보장) 지급보험금이 지난해 8조원을 돌파했다. 실손보험은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급여항목을 뺀 본인 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한다.

실손보험금 중 비급여 비중은 지난해 기준 56.9%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비급여 보험금에서 누수가 많아질수록 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적자도 커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보험료도 오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는 전년 대비 28.7% 늘어난 1조9738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2021년 2조8581억원에서 2022년 1조5000억원대로 떨어졌는데, 2022년 대법원이 ‘입원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 백내장 보험금을 통원 보장 한도에서 지급하라’는 취지로 판결하면서 의료 브로커가 활개를 치던 백내장 과잉 진료가 수그러들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 무릎주사, 발달지연 치료 등 새로운 비급여 항목의 보험금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백내장을 누르니 무릎주사가 튀어오르고, 제로이드MD 크림(피부보호제) 처방받아 실비보험금을 받은 뒤 중고로 재판매하는 것을 막으니 다른 재판매 치료재료로 보험금을 빼먹는 식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 결과 작년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고, 실손보험 적자 역시 다시 늘어 2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지난해 기준 비급여 실손보험금이 가장 많이 지급된 항목은 줄기세포 무릎주사 등 비급여 주사료(28.9%)이고, 이어 근골격계질환 치료(물리치료·28.6%), 질병치료 목적의 교정(3.1%), 재판매 가능 치료재료(2.0%), 하지정맥류(1.6%) 순이었다.

물리치료(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지급보험금은 지난해 2조원에 달했다. 작년 7월 신의료기술로 인정돼 실손보험 보상 대상이 된 줄기세포 무릎주사는 안과와 내과, 한방병원 등에서 시술 건수가 급증하면서 지급된 보험금이 지난해 7월 1억2000만원에서 올해 1월 63억4000만원으로 월평균 약 113.7% 증가했다.

◆‘피안성’ 쏠림 부추기는 비급여

급성장한 비급여 진료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으로 대표되는 인기 진료과목 쏠림현상을 부추기기도 한다. 필수의료 분야는 적정 보상의 한계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반면 비(非)필수의료 과목은 위험 부담이 적은 데다 의사 재량으로 얼마든지 비싸게 받을 수 있는 비급여 진료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탓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8~2022년 ‘신규 개설 일반의원 진료과목 신고 현황’을 보면 피부과(21.9%), 내과(10.8%), 성형외과(10.7%), 가정의학과(10.1%), 정형외과(6.9%) 순이었다. 비급여 비율 상위 진료과목 순위와도 비슷하다. 올해 1~5월 5개 손해보험사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통계를 보면 비급여 비율 상위 진료과에 정형외과 70.4%(4위), 한방병원 66.8%(7위), 피부과 60.8%(13위) 등이 올랐다.

비급여 진료 확대는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유출뿐 아니라 대학병원을 떠나 개원을 결정하는 주요 배경이 되기도 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의료기관 종별 비급여 진료 비중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각각 39%, 42.3%에 불과한 반면, 병·의원급에서는 70% 중후반대에 달한다. 일부 과목 의원급은 비급여 청구 비중이 90%를 넘어서기도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피부과, 한방병원, 정형외과 등 비급여 비중이 높은 일부 진료과에서 실손보험금 지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심지어 성형외과에서 무릎줄기세포 주사를 놓거나 한방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의사를 채용해 시술하는 등 수익 증대를 위해 비급여 진료를 남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비급여 진료 남용에 따른 실손보험금 누수는 보험료 인상 등으로 이어져 선량한 다수의 가입자에게 피해가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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