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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미칼럼] 우리가 뽑지 않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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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15 23:46:18 수정 : 2024-07-15 23: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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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전대 ‘뇌관’ 된 김 여사 문자
절제되지 못한 처신 후환 남겨
공적 관리·자제 규범 이행 방안
대통령실과 당권 주자 내놓아야

미국 대선 TV 토론이 끝나고 후보 사퇴론에 휩쓸린 조 바이든 대통령 ‘대타’로 자주 거론된 인물이 미셸 오바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양자 대결에서 압도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미셸 오바마가 프린스턴, 하버드대 출신 재원이긴 해도 여성, 흑인은 미국 사회에서 여전히 비주류다. 오바마 집권기 향수가 어느 정도 반영됐겠지만 백악관 시절 대중에 비친 미셸 모습이 인기 배경일 것이다.

그는 빌 클린턴 재직 기간 보건제도 개혁을 밀어붙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웨스트윙(대통령 업무 공간)에 퍼스트레이디 자리는 없다”는 유권자들 정서에 따라 “웨스트윙 정무에 끼어들지 않으려고 주의했다”고 자서전 ‘Becoming’(비커밍)에 썼다. “중요한 진실은 나와 딸들이 조연일 뿐이라는 점”이라며 그는 8년간 자신이 선거운동 기간 약속한 나라를 위해 헌신한 상이군인과 그들 배우자를 지원하는 일, 청소년 건강 증진을 위한 텃밭 가꾸기 운동에 열심이었다.

황정미 편집인

대통령 부인이라는 지위에는 크고 작은 권력이 따라붙는다. ‘숨은 권력자’로 불린 퍼스트레이디도 없지 않았다. 미셸이 백악관을 떠난 지 8년, “정치는 절대 안 한다”는 공언에도 유력 대권 후보로 소환되는 데는 그가 권력을 절제하는 법을 알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영부인 관련 논란들도 대개 권력 행사의 적정성, 권한의 한계와 무관치 않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단독 출장이 대표적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김건희 여사를 V2로 호칭한다는 말을 듣고 의아했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VIP급으로 불린 영부인은 없었다. 평생 정치적 동지로 불리고 부부 이름을 병기한 문패로 유명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여성운동 대모로 활동한 그에게 여러 만남, 주문이 쏟아졌지만 제2부속실을 통하도록 했다. 이 여사가 개인 휴대폰으로 지인들과 연락해 국정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폭탄처럼 터진 김 여사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간 문자 무시 논란은 새삼 그의 존재감을 일깨웠다. ‘명품백 수수 사건’ 당사자라 해도 대국민 사과 문제를 당 대표와 의논하고 대통령과 대표 간 조율 역할을 시사하는 문자 내용은 김 여사의 ‘정무적 위상’을 보여준다. 과거 한 인터넷 매체와의 7시간 통화, 친북 목사 면담 영상을 접했을 때 김 여사 스스로 윤석열정부 탄생에 상당한 지분이 있다고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문자 파동을 일으켜 여당 전대에 개입하려 했는지는 의혹 수준이다. 하지만 논란 와중에 ‘댓글팀’ 운운하고 정치 논객과 57분간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절제되지 못한 처신은 큰 후환을 남겼다. 대통령실은 즉각 부인했지만 주가조작 사기범의 해병대 간부 구명로비설에 ‘VIP’로 김 여사가 거명되기도 했다. 여사 업무를 관장하는 제2부속실, 친·인척 관리·감시를 하는 민정수석실이 가동됐다면 이런 일들이 가능했겠나. 격에 안 맞는 일정은 걸러지고 의혹은 초기 단계에 자체 조사, 규명됐어야 했다.

대통령 부인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다. 만사가 절제되고 대외 활동은 투명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이 뽑지 않은 사람이 마치 권력자인 양 외부에 알려지고 더욱이 견제, 통제 밖에 있다면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쟁쟁한 후보들 출마로 흥행이 보장됐던 집권 여당 전당대회는 상대 후보 비난전으로 ‘자폭 대회’가 됐다. 뇌관은 김 여사 문자 논란이었다. 명품백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거대 야당의 탄핵청문회는 현재 진행형이다. 거친 공작의 피해자, 정쟁의 희생자라는 프레임과 침묵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김 여사는 휘장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 공적인 제도의 관리도 시작돼야 한다. 대통령실과 여당 당권 후보들이 답을 내놓을 때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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