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기소 계기 정 박 사임 배경도 관심
워싱턴 인사들 “韓에 부정적 인식 우려”
미국 사법당국이 불법으로 한국 정부를 대리해 활동한 혐의로 기소한 한국계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을 16일(현지시간) 체포했다가 보석을 허가했다. 테리 연구원은 보석금 50만달러(약 6억9000만원)를 내고, 체포 당일 풀려났다.
데이미언 윌리엄스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테리는 명품 핸드백과 비싼 식사, 그녀의 공공정책 프로그램을 위한 수천달러의 자금을 대가로 그녀의 입지와 영향력을 한국 정부에 팔아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이번 기소는 자신의 전문성을 외국 정부에 팔겠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는 공공정책 종사자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법을 준수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크리스티 커티스 연방수사국(FBI) 뉴욕사무국 부국장 대행은 “그녀가 받는 혐의들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했다”면서 “이번 체포는 FBI가 외국 간첩들과 협력해 우리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사람은 누구든 쫓아서 체포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을 모의한 혐의와 FARA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며 각 혐의는 최대 5년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테리 연구원 기소를 계기로 지난 5일 사임한 정 박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겸 부차관보의 사임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 공소장에는 테리 연구원이 2021년 4월 워싱턴에서 국정원 요원과 저녁을 먹으면서 ‘과거에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위원회(NIC) 고위급을 역임했으며 한국 업무도 담당하는 국무부 고위당국자와 테리의 친밀한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기술됐다. 공소장에 박 전 부차관보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박 전 부차관보 이력과 일치한다.
박 전 부차관보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국면에서 지난 5일 자로 사임했지만, 사임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테리 연구원의 기소로 워싱턴 싱크탱크 및 자문회사 등에서 한국 관련 업무를 하는 인사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워싱턴 자문회사에서 일하는 한 미국 측 인사는 “워싱턴에서 오랫동안 같이 일한 테리 연구원이 기소돼 안타깝다”면서도 “수차례 사법당국에 경고를 받으면서도 무리해서 활동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워싱턴 소식통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미국 싱크탱크 등이 주최하는 한국 관련 행사나 보고서 등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워싱턴에서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에 대한 지지 여론이 더 높아져도 모자란 상황에서 부정적 인식이 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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