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넘도록 새 정부 구성 못해
“이러다 ‘유럽의 병자’ 될 수도”
프랑스가 최근 하원의원 총선거에서 어느 세력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정부 구성이 지연되는 가운데 세계 가톨릭 수장까지 프랑스의 앞날을 걱정하고 나섰다. 프랑스는 대표적인 가톨릭 국가다.
19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파리올림픽 개막을 1주일 앞둔 개최국 프랑스의 국민 통합을 주문했다. 교황은 파리 대주교 로랑 울리히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번 올림픽이 온갖 차이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단합을 강화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1959년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맞은 프랑스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는 이달 초 총선에서 좌파 연합 신인민전선(NFP)이 193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집권당은 164석으로 2위에 그쳤고,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143석을 얻어 3위로 약진했다.
문제는 하원 전체 577석의 과반(289석 이상)을 확보한 단일 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프랑스 헌법상 행정권은 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있다. 대통령의 총리 임명에 하원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하원은 언제든 의원 과반의 의결로 총리를 불신임할 수 있다. 정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선 총리가 원내 과반 지지를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란 얘기다.
결국 총선 민심을 반영할 새 정부 구성을 위해선 중도와 좌파, 혹은 중도와 극우 간에 연립정부를 꾸려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치 않다. 제5공화국 출범 후 프랑스는 원내 과반 세력이 단독 정부를 구성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유럽의 많은 정치학자들은 “프랑스에게 연정은 낯선 개념”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총선이 끝나고 보름 가까이 지나도록 새 정부가 꾸려지지 못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하는 수 없이 가브리엘 아탈 현 총리에게 당분간 국정 운영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상태다. 아탈 총리는 이미 사표가 수리된 상태인 만큼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만 임시로 총리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 기간 정부 구성을 위한 정당들 간의 물밑 협상이 계속되겠지만, 끝내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프랑스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지게 된다. 앞서 프랑스의 우방인 독일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교부 장관은 “프랑스가 ‘유럽의 병자’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대표적인 가톨릭 국가로 오랫동안 교황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마크롱 대통령과 교황은 그간 여러 차례 만나 종교는 물론 국제사회 현안 전반에 대한 폭넓은 대화를 나눠왔다. 지난 2019년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크게 훼손됐을 때 교황은 프랑스 국민들을 위로하며 “성당 복원을 위해 가능한 모든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노트르담 성당은 5년간의 복원 공사를 마치고 오는 12월 재개관할 예정인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은 기념행사에 특별히 교황을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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