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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눈에 띈 이원석의 ‘인의예지신’…“원칙 못 지킨 점 국민들께 깊이 사과”

입력 : 2024-07-22 10:49:27 수정 : 2024-07-22 10: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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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헌법 원칙 실현 의지 강조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이원석 검찰총장이 임기 만료 약 2개월을 앞두고 검찰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대면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패싱 논란’이라는 거대한 벽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이 총장은 정치권 일부의 ‘식물총장’이니 ‘허수아비 총장’ 같은 지적과 일부의 사의 표명 관측에도 ‘헌법 원칙’ 실현을 앞세우며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출근길 가방에 늘 달고 다닌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 적힌 고리가 유독 눈에 띈 날이기도 하다.

 

이 총장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만난 취재진에 제3장소에서의 김 여사 대면조사는 검찰의 원칙 위배라고 사과했다. 그는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 있다며 거듭 이 총장은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동안 내세워온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던 헌법 원칙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하겠다면서,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김 여사 조사를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데 대해서는 “오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직접 보고를 받게 되어 있다”며 진상 파악 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9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이 총장은 일부의 사의 표명 관측에는 “헌법 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그게 부족하다면 그때 제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다. 헌법 원칙 실현 의지 관철과 동시에 임기 만료까지 검찰총장의 직분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이원석 검찰총장의 가방에 사람의 다섯 가지 도리를 뜻하는 ‘仁義禮智信(인의예지신)’이 적힌 고리가 달려있다. 연합뉴스

 

이 총장의 출근길 가방에서는 ‘인의예지신’이라 적힌 고리가 유독 눈에 띄었다. 인의예지신은 사람의 다섯 가지 도리로, 어짊, 의로움, 예의바름, 지혜로움, 믿음을 뜻한다. 특별히 이날만 달고 온 것도 아니고, 그간 출근길 가방에 늘 매달려 있었지만, 사람의 다섯 가지 도리가 적힌 이 총장의 고리는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그가 내세웠던 소신을 재차 상기시키는 것으로도 보인다.

 

앞서 2022년 9월16일 제45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이 총장은 취임식에서 “우리는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검찰권을 국민을 위해, 바른 방법으로 행사하는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특히 “법 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다”며 “검찰권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행사되어야만 한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이 총장은 중국 사상가인 한비자의 경구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승불요곡(繩不撓曲·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을 인용했다.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대목은 잣대가 굽었다가 펴지기를 반복한 검찰의 현실을 우회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는데, 이를 강조하듯 이 총장은 “정의와 공정에 대한 검찰 구성원들의 뜻이 실현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자 바람막이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야권에서는 이 총장이 사실상 힘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찰의 김 여사 대면조사를 특혜라 지적하고, “이원석 총장이 이야기했던 ‘특혜도 없고 성역도 없다’던 말은 부질없는 메아리였다”고 짚었다. 이어진 ‘검찰총장 패싱 논란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이원석 총장의 자업자득”이라며 “임기 2년 동안 한 게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수사도 사전에 보고받지 못할 정도로 패싱 당한 거니 ‘허수아비 총장’이라는 게 두 번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번 일이 ‘검찰의 몰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며, 제3장소 조사라는 점에서 검찰에도 굉장히 굴욕적인 조사가 될 거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일로 ‘식물총장’이 된 이 총장이 수모를 참지 못할 거라고 본 뒤에는 “(이 총장은) 검찰주의자로서 검찰이 망신당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을 해왔다”며 ‘검찰주의자 윤석열’과 ‘검찰주의자 이원석’의 싸움이 펼쳐진다고 판세를 읽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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