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권 상황을 개선하도록 문화, 외교적으로 압박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밝혔다. 한국 문화 유입 등으로 북한 체제가 예전만큼 공고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통일부와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에서 공동 주최한 ‘북한인권 국제대화’에서 “많은 북한 주민이 낮에는 주체 문화를, 밤에는 남한의 문화를 소비하고 있어 정권의 주체 문화와 남한의 한류 문화가 북한 주민의 의식과 생각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정권이 한류 문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같은 법을 거론하면서 “북한 당국은 (주민의) 주체 문화 거부와 관련해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장관은 이어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196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30세대와 고위급 당국자라면서 “이는 한국 문화의 영향이 경직된 주체 문화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 사회의 이런 내부 변화를 고려하면 북한의 군사 위협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데 있어서 정치·군사적 접근과 함께 문화적 접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조현동 주미한국대사는 북한을 김정은 정권의 권력 유지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포 사회”로 규정하고서 “하지만 우리는 진실을 안다. 공포만으로 정권을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이 굶주리는 북한 주민을 먹이고 그들의 기본 필요를 충족하고 복지를 개선하기 시작하지 않는 한 체제에 금이 갈 것이며 댐이 한번 무너지면 무엇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고위급 당국자들의 탈북은 이런 과정이 이미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는 단서다. 사람들이 체제가 개선이 불가능한 상태임을 인식하면서 구조가 붕괴해서모두를 끌어내리기 전에 체제를 버리고 탈출하려 할 것”이라면서 “그래서 지금이 우리가 외교적 압박을 강화할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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