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인구의 약 9%가 기아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24일(현지시간) 유엔은 ‘2024년 세계 식량 안보 및 영양 현황’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약 7억3300만명이 기아로 고통받았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평균 11명 중 1명, 아프리카에선 5명 중 1명이 기아에 시달렸다.
원인으론 계속된 전쟁과 경제 침체, 기후변화 등이 꼽혔다. 이 같은 불안 요인은 식량 불평등, 식료품 가격 상승, 건강에 해로운 식품 환경 등으로 연결됐다.
보고서는 불안 요인들이 더 높은 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며 많은 사람이 기아와 식량 불안에 노출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개발도상국에선 71% 이상의 사람들이 건강한 음식을 섭취할 수 없는 반면 선진국에선 6%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유엔은 2030년에는 6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영양실조에 걸릴 것이라며 기아 수준이 “수치스럽게(shamefully)”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사건들이 식량 불안을 키웠다.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에는 2030년까지 약 4억5180만명이 영양실조에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보고서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 원조가 감소하고 있다는 유엔 발표에 이어 공개됐다.
유엔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의 알바로 라리오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정치 환경이 국익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대외 원조와 다자주의에 “점점 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식량 불안이라는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고 힘을 합치려는 노력에서 초점을 돌리는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기금 사용 방식에 대한 문제도 언급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막시모 토레로는 “기부자뿐만 아니라 우리 기관들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며 “돈뿐만 아니라 이를 집행하는 방식도 문제다. 자원이 사용되는 방식에 많은 비효율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 관계자들은 농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라리오 총재는 식량 불안의 ‘근본 원인’인 농업에 더 많은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며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5년 후에도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레로는 가난한 나라의 소규모 농부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적인 기후 회의 등에서 농업은 ‘나쁜 분야(bad sector)’로 인식된다며 “그들(회의 참가자)은 농업이 사람들에게 식량을 공급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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