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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전 세계 개봉한 제임스 캐머런의 ‘아바타, 물의 길’은 거대한 수족관을 3D로 보는 것 같은 거대한 스펙터클 영화였다. ‘아바타’ 본편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 자연의 파괴자로서 인간에 대한 성찰 등 많은 해석을 허용한지라 그 속편인 ‘아바타, 물의 길’에도 자연스럽게 생태주의에 관련된 논의와 호평이 따라붙었다. 문제는 일본에서 터졌다. 영화 홍보를 위해 참석한 일본 기자 간담회에서 돌고래쇼를 준비했고 이것을 보며 웃고 손뼉 치는 캐머런의 모습이 전 세계에 방송된 것이다. 이 영상을 본 국제해양환경단체 ‘돌핀 프로젝트’의 대표 리 오배리는 즉각 캐머런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돌고래 산업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이 쇼를 위해 돌고래들이 어떻게 포획되는지, 돌고래를 도살하는 이들과 수족관 조련사들이 어떻게 협력하는지를 아는지 따져 물었다.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야생동물을 포획해 쇼에 동원하는 산업이 번창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동물원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까지 올라가지만 그것이 현재 우리에게 친숙한 전시 중심의 동물원으로 정향된 것은 제국주의 시절 서구의 갑부들이 탐험가를 동원해 오지의 동물들을 포획해 전시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물론 여기에도 돈의 논리가 작동한다. 동물원이 종 보존 및 보호라는 역할을 떠맡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인데 한국 동물원 역시 비슷한 역사를 밟고 있는 듯하다.

왕민철 감독의 ‘생추어리’(2024)를 보면 한국 동물원의 변천사가 보인다. ‘생추어리’란 야생으로 돌아갈 능력을 상실한 동물들을 보호하는 시설을 뜻한다. 1997년 개관한 청주 동물원을 무대로 한 이 작품은 한국 동물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어떻게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청주 동물원은 청주시에서 운영하는 공영 동물원이자 대한민국 제1호 거점 동물원으로 2020년 처음으로 동물 복지를 명문화했고 동물원 윤리위원회도 설치했다. 동물들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 복지를 갖추고 종 보존과 동물 난민 보호소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도 청주 동물원 정도면 부담 없이 가볼 수 있을 것 같다. 동물원에 갔으니 꼭 동물을 보아야 한다는 생각은 내려놓아도 좋다. 우리에게 조용히 쉬고 자는 시간이 필요하듯이 그곳의 거주자들에게도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니까. 야외 방사장이 비어있거든 그들이 평화롭게 쉬고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돌아오면 되겠다.

 

인간의 권리를 거듭 주장해 온 우리는 정작 다른 생명의 권리에는 많이 무관심하고 인색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들과의 공존을 이해할 만큼 성숙해졌다고 믿는다. 이러한 변화가 있기까지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동물의 시선에서 인간과 세상을 보는 영화 ‘작별’ ‘로드킬’ ‘잡식가족의 딜레마’ ‘수라’를 만든 황윤 감독을 비롯해 ‘동물.원’부터 ‘생추어리’의 왕민철 감독까지. 그 외에도 인간 중심주의에 마비된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작품을 만드는 많은 이들이 있다. 이러한 아티비스트(아티스트+액티비스트)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맹수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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