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예선전 반나절 만에 상황 반전
시종 선두권서 경쟁하다 3분42초50
“마지막 50m 사지 타는 듯 고통 견뎌
4년 뒤엔 금메달 딸 수 있지 않을까”
김우민(23·강원도청)은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수영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예상외의 부진으로 7위로 그치며 가까스로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그는 “결승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내가 1위를 할 수도 있지 않은가”라며 씩 웃었다. 이는 결코 자만심이 아니었다. 지난 3년간 자신을 극한의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자만이 내뿜을 수 있는 당당한 자신감이었다. 한국 수영 중장거리의 간판 김우민은 그렇게 반나절 만에 상황을 역전시키며 당당히 메달리스트가 됐다.
김우민은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50으로 3위에 올랐다. 금메달은 시종일관 선두에서 레이스를 치르며 3분41초78에 터치패드를 찍은 루카스 마르텐스(독일)에게 돌아갔고, 경기 막판 스퍼트로 김우민을 제친 일라이자 위닝턴(호주)이 3분42초21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김우민은 자신의 우상이자 한국 수영이 낳은 불세출의 슈퍼스타 ‘마린보이’ 박태환(35) SBS 해설위원이 현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박태환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가 됐다.
예선에서 김우민은 막판 스퍼트가 눈에 띄게 떨어지며 3분45초52의 기록으로 조 4위에 머물렀다. 예선에서의 저조한 기록으로 1번 레인에서 결승을 치른 김우민은 첫 50m를 25초00, 2위로 통과하고 350m 지점까지 줄곧 마르텐스에 이어 2위로 레이스를 진행했다. 마지막 50m에서 위닝턴에게 역전을 허용하긴 했지만, 새뮤얼 쇼트(호주)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며 3위를 지켜냈다.
평소엔 늘 미소를 잃지 않는 대범하고 밝은 성격의 김우민이지만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그는 감격에 겨운 듯 울먹거렸고 왈칵 눈물을 쏟았다. 김우민은 “올림픽 전부터 예선 경기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면서 “오히려 예선에서의 부진이 제게 더 큰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김우민은 또 “350m를 찍을 때 굉장히 힘들었는데 마지막 턴을 하고 난 뒤에는 사지가 타들어가는 느낌까지 받았다. 그래도 올림픽 메달을 위해서는 감당해야 할 무게라고 생각하며 참고 견뎌냈다”고 말했다. 이어 “터치패드를 찍고 관중석을 보니 태극기를 든 분들이 환호하고 계셨다. 그때 ‘아, 내가 메달을 땄구나’라고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박태환 이후 첫 한국 수영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에 안주할 생각은 없다. 더 위를 바라보고 있는 김우민이다. 그는 “올림픽 메달을 따서 정말 좋지만, 동메달로는 만족할 수 없다. 아직 올라갈 곳이 있다는 것이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4년 뒤에는 금메달을 딸 수 있지 않을까”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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