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복식 우승 후 시상식 때 기념촬영을 하던 사진기자들에 의해 탁구채가 부러진 여파일까. 탁구 남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왕추친(중국)이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단식 32강에서 충격패하고 말았다.
왕추친은 31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탁구 남자 단식 32강전에서 스웨덴의 트룰스 뫼레고르(26위)에게 2-4(10-12 7-11 11-5 11-7 9-11 6-11)로 졌다. 자타공인 남자 탁구 최강자로 이미 금메달을 따낸 혼밥복식을 비롯해 남자 단식, 남자 단체전까지 싹쓸이를 노리던 왕추친의 조기 탈락은 충격적인 결과다.
왕추친은 마룽(세계랭킹 3위)에 이어 중국 탁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꼽히던 선수다. 마룽은 2016 리우, 2020 도쿄에서 남자 단식을 제패하는 등 남자 탁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 1988년생으로 전성기가 지난 마룽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왕추친과 판전둥(세계랭킹 4위)이 경쟁하는 구도였는데,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왕추친이 판전둥을 제치고 4관왕에 오르면서 중국 탁구의 '에이스'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왕추친은 지난 30일 혼합복식 결승에서 순잉사와 함께 출전해 북한의 리정식-김금용을 4-2로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후 기념사진 촬영 전 트렁크 위에 올려둔 탁구채가 몰려든 사진기자들에게 밟히면서 파손됐다. 탁구채 파손에 분노해 누가 그랬는지 알고자 했던 왕추친은 그를 달랜 코치의 대응에 겨우 화를 누그러뜨렸다. 왕추친은 “그 순간 나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며 “사진기자들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그들이 일부러 그랬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미 벌어진 일을 돌이 켤 수도 없지만, 여분의 탁구채로 남은 경기를 치를 수 있고 이 또한 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탁구채가 부러지면서 새 탁구채로 친 게 경기력에 영향을 준 것일까. 뫼레고르에게 패하면서 올림픽 단식 챔피언의 꿈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올림픽 탁구 단식에는 나라별로 2명의 선수만 출전한다. 왕추친이 탈락하면서 중국 선수 중에서는 판전둥만 남자 단식 금메달을 향해 경쟁하게 됐다. 판전둥은 이날 홍콩의 웡춘팅(50위)을 상대로 32강전을 치른다.
만 스물두 살의 뫼레고르는 북유럽의 강자로 인정받는 선수다. 2021년 휴스턴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단식 은메달을 따낸 바 있다. 휴스턴 대회 16강전에서 한국의 임종훈(한국거래소)과 맞대결하며 공을 발로 차거나 라켓을 집어던지는 등 '비매너'를 보여 한국 탁구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