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개원 석달, 민생 법안 합의 전무
與 “경제 망치는 法 막아야” vs 野 “尹 거부권 폭주 멈춰야”
22대 들어 석달째 임시회 개회
‘반쪽 개원’ 등 불명예 기록 가득
與野 양보 없는 대치 국면 지속
각종 민생 법안 뒷전으로 밀려
野 발의 ‘탄핵소추안’ 이미 7건
지난 국회 13건의 절반 넘어서
22대 국회가 여야 대치 쳇바퀴만 굴린 끝에 5일 세 번째 임시국회를 시작한다. 8월 국회에서 처음 처리될 법안은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7월 국회 막바지인 지난 2일 오후 상정됐으나, 국민의힘이 처리에 반대하며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4일 0시 회기가 끝나면서 필리버스터도 31시간여 만에 자동 종결돼 다음 회기에서 바로 표결 수순을 밟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처리할 계획이다.
노란봉투법은 앞서 7월 국회에서 처리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에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8월 국회 역시 ‘법안 필리버스터-야당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국회 재의결’로 이어지는 쳇바퀴 정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4일 “불법파업조장법(노란봉투법)과 현금살포법(25만원 지원법)은 우리 경제를 망치는 나쁜 법이자 위헌적인 법”이라며 “민주당 의도는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건수를 늘려 탄핵 선동에 악용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국회가 민생 법안을 통과시키면 묻지마 거부권을 행사하며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멈춰 세워야 한다”고 했다.
지난 5월30일 임기를 시작한 22대 국회는 6월5일부터 석 달 연속으로 임시회를 열고 있지만 성적표는 참담한 수준이다. 원 구성 합의 불발에 따른 헌정 사상 초유의 여당 불참 반쪽 개원 등 불명예스러운 기록만 잔뜩 남겼다. 지난달 4일 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강행 처리한 뒤, 통상적으로 국회의원 선서, 대통령 연설 등이 이뤄지는 개원식조차 사실상 무산됐다. 22대 의원들은 ‘헌법 준수’, ‘국가이익 우선’, ‘양심에 따른 직무 수행’ 등을 다짐하는 선서도 없이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야가 교착 상태를 뚫기 위해 법안, 국회 운영 등과 관련한 합의안을 도출한 사례조차 전무하다.
여야의 양보 없는 대치 속에 각종 민생 법안은 뒷전으로 밀렸다. 4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발의된 법률안 2502건(정부 발의 포함) 가운데 지금껏 본회의에서 처리된 것은 6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채 상병 특검법을 필두로 모두 야권이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쟁점 법안들이다. 이들 법안은 건건이 무제한 토론에 부쳐졌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이 기록한 12시간47분의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이 7월30일 같은 당 김용태 의원(13시간12분), 역시 국민의힘 소속인 박수민 의원(8월1∼2일, 15시간50분)에 의해 경신됐다.
21대 국회 때 여야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정쟁 속에 폐기된 법안이 22대 들어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설치를 위한 각종 법안이 6월2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된 후 발이 묶인 게 대표적이다. 양육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부모가 죽은 자식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의 민법 개정안, 일명 ‘구하라법’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블랙요원’ 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형법상 간첩 처벌조항(간첩죄) 도입을 두고서도 여야는 21대 때 처리 무산의 책임을 떠넘기는 데에만 급급하다.
22대 들어 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은 7건이다. 21대 때 발의된 13건의 절반을 두 달여 만에 넘어선 것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로 따지면 18건의 탄핵안이 발의됐다. 20대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등 5건, 19대는 1건뿐이었다. 2일 탄핵안이 처리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전임자인 이동관, 김홍일 위원장과 달리 사퇴하지 않고 헌법재판소 판단을 끝까지 받아보겠다는 태도다.
각 상임위에서도 전쟁 같은 여야 대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는 6일 민주당 주도로 KBS 이사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상 불법성을 따져보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현장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회의 과정이 담긴 속기록을 비롯한 내부 문서를 검증하겠단 취지다.
과방위는 9일엔 ‘방송장악 청문회’를 연다. 민주당은 이 방통위원장이 취임 당일인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소집해 KBS·방문진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것은 윤석열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라고 주장한다. 법제사법위도 일촉즉발 형국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현직 검사 4명(강백신·엄희준·김영철·박상용)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법사위에 회부했는데, 이 중 김영철 검사(현 서울북부지검 차장)의 탄핵 추진이 적절한지를 따져보는 청문회가 이달 14일 열릴 예정이다.
민주당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삼성전자의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전세권 설정,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 매수 등 의혹을 ‘봐주기 수사’하는 수법으로 김 검사가 직무유기 및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야당은 문재인정부가 주도했던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 과정도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당시 수사팀에 있던 김 검사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장경태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씨는 검찰 조사를 위해 2016년 11월∼2017년 6월 51차례 출정했고, 재구속 기간인 2017년 12월∼2018년 11월 17차례 출정했다.
출정은 구속된 피의자·피고인이 조사나 재판을 받기 위해 검찰청이나 법원에 불려가는 것을 말한다. 장씨가 일반적인 피의자들에 비해 5배는 더 많이 검찰청에 불려가 조사받은 것이 특혜 아니냐는 게 장 의원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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