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특별재난지역 선포 대상 아냐” 부정
아파트 단지 전체의 수돗물과 500여가구 전기가 끊긴 인천 청라동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당시 현장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거주할 수 없는 여건에 자신의 집을 나온 이재민은 800명을 훌쩍 넘겼다.
6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6시15분쯤 서구 아파트 지하 1주차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 EQE 세단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인천소방본부가 현장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화 지점 중심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시 불길이 확산하거나 주변 온도의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순식간에 불길이 퍼진 상황에서 소방 설비를 통한 초기 진화에 실패한 점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미작동 원인에 대해 추가로 조사 중이다.
해당 차량에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 에너지’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파라시스는 매출과 출하량 기준 모두 세계 10위에 있는 업체다. 다만 2021년 3월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3만1963대가 ‘특정 환경에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리콜을 시행한 바 있다.
이 차량은 3일 가까이 주차돼 있던 상태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충전소가 아닌 일반주차 구역에 있었으며 외부적인 충격도 확인되지 않았다. 8시간20분 만에 진화된 이번 사고로 차량 140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고 연기 흡입 등으로 2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주민들은 화재 이후 6일째 이어진 단전·단수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날 정오 기준으로 264세대 822명이 임시주거시설에서 생활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 421명의 배 수준으로 늘어난 규모다. 찜통더위에 피난생활을 감수하고있는 이들은 청라1동 행정복지센터와 하나은행 연수원 등 임시적 주거공간 10곳 내 텐트·기숙사에서 힘겹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역사회는 큰 피해를 본 이곳 아파트 단지의 특별재난지역 지정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건의를 접한 행정안전부는 이번 화재가 선포할 만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망자가 없는 사회재난 발생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알린 전례가 없다는 판단이다.
사회재난으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것은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방화, 세월호 침몰, 코로나19 사태, 10·29 이태원 참사 등 12건뿐이다. 올해 6월에는 화성시가 아리셀 일차전지 공장 화재 수습 차원에서 요청했으나 행안부가 불가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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