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한계를 실험하는 근대 5종은 ‘근본의 종목’으로 꼽힌다. 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이 창안해 1912년 스톡홀름 대회부터 정식 채택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한 선수가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 런(육상사격)에 모두 출전해 ‘만능 스포츠맨’을 가리는 종목으로, 며칠간 대회를 치르며 신체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불굴의 정신력이 요구된다. 근대5종의 불모지였던 한국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간판’ 전웅태(29·광주광역시청)가 깜짝 동메달을 목에 걸며 존재감을 알렸다.
한국 근대 5종은 2024 파리 올림픽서도 메달 사냥을 노렸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남자부에선 은메달 이상을 노린 전웅태가 6위, 서창완(27·국군체육부대)이 7위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한국의 근대 5종 역대 두 번째 메달은 여자부에서 나왔다. ‘신성’ 성승민(22·한국체대)이 파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여자 근대5종 최초의 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성승민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근대 5종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부 결승에서 승마, 펜싱, 수영,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1441점으로 3위에 올랐다. 성승민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여자 선수 최초로 동메달을 따냈다. 남자부 전웅태의 도쿄 올림픽 동메달로 한국 근대 5종 사상 첫 메달이 탄생한 데 이어 이번엔 여자부에서 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이로써 한국 근대 5종은 효자 종목으로의 가능성을 엿봤다.
성승민은 한국 근대 5종 여자부의 ‘에이스’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수영 선수 출신인 그는 대구체중 2학년 재학 시절 근대5종에 입문했다. 2021년 고교생 신분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성승민은 지난 6월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 깜짝 우승을 차지해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올림픽 무대에서도 메달 기대주로 주목받은 그는 동메달을 획득하며 새역사를 썼다.
전날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8위(225점)에 오른 성승민은 준결승 A조를 4위(1400점)로 통과했다. 근대5종은 첫날 36명의 선수가 모두 한 번씩 돌아가며 펜싱 랭킹 라운드를 치르고, 준결승과 결승에선 승마 장애물 경기, ‘서바이벌’ 방식의 펜싱 보너스 라운드, 수영, 레이저 런까지 점수를 모두 합산해 메달을 가린다.
이날 첫 경기인 승마에서 300점을 더한 성승민은 중간 순위 3위로 올랐다. 펜싱 보너스 라운드에선 엘레나 미첼리(이탈리아)에 져 추가 득점엔 실패하며 5위로 밀려났다. 메달권에서 밀려난 성승민은 장기인 수영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전체 2위에 해당하는 2분11초47의 기록으로 288점을 추가, 3위(813점)로 다시 뛰어올랐다. 앞선 종목들의 성적에 따라 출발 시차를 두는 최후의 레이저 런에선 미첼레 구야시(헝가리)가 선두로 올라선 가운데, 성승민은 엘로디 클루벨(프랑스)에 이어 3위를 꾸준히 유지하며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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