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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라’ 추창민 감독 “전상두 통해 시대의 야만성 다루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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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18 10:22:41 수정 : 2024-08-18 10: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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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라’는 10·26 사건에서 12·12 군사반란으로 이어지는 시기를 통해 시대의 야만성을 다루려 했습니다.”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행복의 나라’에 대해 추창민 감독은 사건 자체보다 그 시대의 야만성을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영화 개봉 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추 감독은 “전두환을 치환한 전상두란 인물은 당시 권력의 야만성과 권력자를 상징한다”며 “정인후 변호사는 시대를 함께 고민하고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려한 시민정신을 대변하고, 박태주 대령은 그 사회 속에서 희생당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추창민 감독. 뉴 제공

‘행복의 나라’는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한 1979년 10·26 사건부터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주도한 12·12 군사반란으로 이어지는 격동기가 배경이다. “법정은 옳은 놈, 그른 놈 가리는 데가 아니라 이기는 놈, 지는 놈 가리는 데”라고 말할만큼 세속적인 정인후 변호사가 10·26 사건에 가담한 박태주 대령을 변호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담았다. 정 변호사는 박 대령을 살리기 위해 애쓰지만, 10·26 사건 합동수사본부장인 전상두의 야욕으로 인해 재판은 불공정하게 진행된다.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이지만, 정인후 변호사 역의 조정석이 특유의 허술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로 완급을 조절한다. 추 감독은 조정석을 택한 데 대해 “당시 변호인단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전신인 인권 변호사들로, 명망 있고 훌륭한 분들”이라며 “그런 분들이 변호사 역을 하면 재미 없을 것 같았고 세속적이고 욕망에 들뜬 인물이 변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필요했는데 이를 잘할 수 있는 배우가 조정석”이라고 설명했다. 

 

전상두를 연기한 유재명은 비웃는 듯한 입매와 오만함, 강렬한 존재감으로 보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유재명은 처음에 역을 제안받고 망설였다고 한다. 시나리오만으로는 인물이 그려지지 않아서였다. 이후 유재명은 전상두와 정 변호사가 처음 맞붙는 장면과 골프장 장면이 계속 뇌리에 남아 이 역을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사진=뉴 제공

‘행복의 나라’는 초반 법정 다툼을 중심으로 사실적으로 진행되다 후반부 골프장 장면에서 분위기가 바뀐다. 추 감독은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다큐로 가다가 마지막 골프장에서 판타지가 된다”며 “결이 다르지 않냐는 분도 계신다. 그 형식에 어떤 분들은 뜨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어떤 누군가는 권력자에게 대들고 소리쳤을 것 같다. 이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변호사가 독재자를 찾아가 일갈하는 게 말이 안 되죠. 그 시대에 권력자는 자신의 야만성을 대중에게 드러내지 않아요. 대중에게는 좋은 척, 멋있는 척, 세련된 척을 하죠. 그가 야만성을 드러내는 곳은 개인적인 장소예요. 전두환은 골프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미군 골프장 가서 많이 쳤다고 들었어요. 그쪽으로 공간을 몰고 싶었어요. 그래야 권력자가 욕망을 솔직히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이 장면에서 전상두가 골프공을 갖고 놀아요. 골프공이 그가 생각하는 일반 시민인 거죠. ‘3번 아이언이 잘 안 된다’고 말하는 건 그에게 따라오지 않는 사람들을 비유해요. 이 장면에서는 당시 소리소문없이 저항한 사람 중 한 명인 정인후가 전상두의 개인 공간에 찾아가 살려달라 했을 때 전상두가 본색을 드러내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추창민 감독. 뉴 제공

그는 박태주 대령의 모델이 된 박흥주 대령에 대해 “몰랐던 인물인데 자료를 찾아보니 파도파도 미담”이라며 “머리가 좋아서 서울대에 갈 수 있었지만 집안이 가난해 육사에 진학해 최우수 졸업 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대령은 전방근무, 베트남전쟁 다 경험했고 권력의 한 가운데 있었으면서 슬라브집에 살고 전재산이 400만원 밖에 안 됐던 게 사실”이라며 “이 분이 살아온 서른아홉해의 인생이 몇 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오도돼 모두 손가락질 당하면 안 된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이선균 배우의 유작이기도 하다. 이선균은 극 중 박태주 대령을 연기한다. 추 감독은 “영화가 완성된 후 마무리 작업을 하는데, 그 친구가 유명을 달리한 전후로 영화가 너무 다르게 느껴졌다”며 “그 전에는 캐릭터 박흥주였는데 이제는 이선균으로 느껴지는 장면이 많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 결과적으로는 편집한 원형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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