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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수, 한 달간 사무실 아닌 수해 피해 주민들 곁으로 출근

입력 : 2024-08-17 16:12:37 수정 : 2024-08-17 16: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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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토마토·오이 농사 쑥대밭 되자 현장 행정

백제 천년고도 박정현 충남 부여 군수가 올 여름 가장 뜨거웠던 지난달 8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한달간 사무실이 아닌 수해복구 현장으로 출근했다.

 

공무원 출근 출근 시간은 오전 9시다. 박 군수는 바깥 온도가 35도를 넘나드는 지난 한 달 동안 매일 직원들이 사무실로 출근하기 두시간전인 오전 7시 물에 잠긴 들과 강, 무저진 집이 있는 동네 마을로 출근했다. 주말과 휴일도 쉬지 않았다. 집중호우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찾아가 고통를 함께 나누고 이겨내기 위해서였다.

박정현 부여군수(오른쪽)가 수해복구 현장을 찾아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17일 부여군에 따르면 지난달 8일 9일, 16일과 17일 등 부여에 두차례 큰 비가 내렸다. 양동이를 물을 퍼 붓듯 쏟아진 비의 누적강수량은 468mm에 이르렀다.

 

논밭과 가옥이 침수되고 산사태로 주민들이 집에서 나와 마을회관 등으로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수확을 앞둔 부여 명물 수박과 방울토마토·오이·버섯 재배 시설하우스가 폭탄을 맞은 듯 주저앉고 침수피해로 작물이 썩어가는 참당한 상황이 빚어졌다.

 

집계된 피해는 산사태 51개소, 하천시설 70개소, 수리시설 30개소, 농작물 834㏊, 농경지 168㏊, 산림작물 173㏊ 등에 피해액은 261억원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농업분야 피해가 컸다.

 

◆군민들 아프고 자원봉사자들 땀 흘리는데 사무실 근무 웬말, 매일 현장행

 

박 군수는 지난달 10일부터 장화를 신고 매일 아침 7시 수해복구 현장으로 달려갔다. 7월과 8월의 농촌 들녘 비닐하우스는 오전 9시만 되어도 50℃ 넘게 달아 오른다. 농민들은 이곳 비닐하우스 안에서 썩어 문들어진 작물의 넝쿨과 상한 과일을 치우고 바닥 비닐 등을 걷어내느라 땀 범벅 상태로 사투를 벌였다. 안타까운 피해 소식에 공무원과 군인, 군민들은 물론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함께 땀을 흘렸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자원봉사자들께 허리숙여 감사 인사하는 박정현 군수.

“군수님이 ‘우리 농민들이 저렇게 아파하고, 서울과 수도권에서까지 많은 국민들이 찾아와 땡볕 불볕더위를 참으며 땀 흘려 주시는데, 군수라고 냉방기 틀어 놓은 사무실에 앉아 서류만 뒤적이면 되겠어요’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주말과 휴일도 없이 새벽 출근하셔서 수해지역 돌며 수해민 격려하시고 자원봉사자들께 감사인사 하시는데 수행직원들과 담당직원들이 지쳐서 군수님 쉬시라고, 이만큼 하셨으면 됐다고 말씀 드렸는데도 멈추지 않으셨어요” 박 군수의 수해피해 현장 출근에 동행한 부여군청 공무원들의 말이다.

 

◆점심시간 아끼면서 결제, 군민들도 “쓰러지신다 쉬시라” 권유

 

수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도 “군수님 쓰러지신다, 쉬시라, 건강관리 해야 한다”며 오히려 박 군수를 걱정했다고 한다.

 

박 군수는 점심시간도 아껴 썼다. 주민들과 직원들과 현장 가까운 곳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고는 면사무소 등에서 전자 결제를 하고 다시 들녘으로 가서는 열사병과 일사병을 걱정하며 농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비닐히우스에서 일하는 것을 막았다. 대신 가옥 침수피해를 입은 현장이 산사태 피해 현장을 찾아가 장비를 동원해 수해복구 작업을 격려하고 자원봉사자들에게 군민을 대신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산사태가 발생한 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그날의 기억을 기록한 박정현 군수. 

군수 집무실로는 오후 4시쯤 복귀했다. 꼭 필요한 대면 결제나 간부들과의 주요 회의는 이 시간에 이뤄졌고, 저녁식사를 겸한 업무 회의도 여러차례 있었다고 한다. 

 

박 군수의 수해복구 현장근무는 지난 10일을 마지막으로 한달 만에 끝났다. 수해복구가 어느정도 마무리됐고, 가을 농사 준비와 집수리를 마친 수해민들이 삶의 의지와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다시 살려낸 것을 확인하고서다. 부여군에는 올 여름 수해발생후 지금까지 군내에서 1954명, 군외 지역에서 3120명 등 5074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와 수해민들을 도왔다.

 

◆수해현장 돌며 가끔 눈시울, 군민 어려울 때 무엇해야 하는지 배웠다

 

“막무가내 셨어요. 직접 수해복구에 참여하시며 이따금 눈시울을 붉히실 때는 저희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구요. 군수님이 수해복구 현장에서 근무하시는데,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저희들 마음이 편했을리 없죠. 애민 행정이 무엇이고, 군민들이 어려울 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를 군수님이 몸으로 직접 실천하신것 같아요. 비 피해는 컸지만, 저희 군청 공무원들과 군민들은 이번에 새로운 것을 얻었다고 봅니다.” 부여 군청 한 간부공무원의 말에서 자긍심이 배어 났다.

충남 예산군의 한 공무원이 휴가를 내고 아버지와 함께 부여를 찾아와 수해복구지원 봉사활동을 펼쳤다. 김정모 기자 

올해 60세인 박 군수는 재선이다. 충남도청 정무부지사를 지냈으며 경기도에서 거주하며 직장을 다는 아내, 두 아들과 떨어져 부여읍내에서 보증금 500만원, 월세 30만원 15평 아파트에서 산다.


부여=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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