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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홀(Jackson Hole)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와이오밍주의 한적한 산골 마을이다. 티턴산맥과 그로스벤터산맥 사이에 있다. 인구가 1만명에 불과하지만, 미 최고 스키 리조트 가운데 하나로 유명인사들의 별장도 수두룩하다. 넓은 모임 장소인 홀(Hall)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상은 계곡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행정 구역상 정식 이름은 잭슨이지만 ‘홀’이 붙은 이유는 미 서부시대 북쪽이나 동쪽의 험준한 산악지형을 거쳐 이곳에 들어온 비버잡이 사냥꾼들이나 여행자들에게 계곡 지형의 가파른 경사가 구멍에 푹 빠진 듯한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다. 미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1982년부터 매년 8월 주최해온 잭슨홀 미팅 때문이다.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석학, 투자자들은 이곳에 모여 경제정책과 금융시장 등에 관한 정책 토론회를 연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기조연설과 금융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나오는데 만년설의 티턴산맥 골짜기에서 나오기 때문에 ‘티턴산의 계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양적 완화 확대와 제로금리 정책을 탄생시킨 곳도 여기다. 2011년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였던 악셀 베버는 버냉키 전 의장과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및 출구전략 시행에 대한 방법론을 두고 격렬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2022년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는 ‘파월 쇼크’가 나타났다.

정책 수립의 성패를 가를 원활한 토론을 위해 미디어 종사자들은 최소한도에서 초청되며 모든 참석자는 자비로 경비를 조달하고 의무적으로 참석비를 내야 한다.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미팅에서 파월 의장이 금리인하 시그널을 내놓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발 ‘R(Recession)의 공포’가 누그러지긴 했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연준의 금리인하 실기론까지 등장하면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열대야로 힘든 개미들에게 이래저래 잠 못 드는 한 주가 될 듯하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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