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전문의 이탈 ②극도의 피로 ③파업 전야…시한폭탄↑
국립대병원·권역응급의료센터도 포함…의료공백 고조
대형 병원의 응급실 운영 파행이 수도권과 지방으로 확산하며 추석 연휴를 앞둔 의료계 곳곳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문의 이탈로 일부 대형 병원 응급실이 ‘셧다운’(운영 중단)을 경험한 가운데 응급실 종사자들의 피로 누적까지 겹치며 ‘번아웃’(극도의 피로) 징후까지 감지된다. 보건의료노조 등의 파업이 예고되면서 의료공백 현실화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얘기가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의 아주대병원은 성인 환자를 보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14명 중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된 뒤 최근 4명이 추가로 사표를 냈다. 병원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다음 달 응급실 문을 닫는 날이 생기는 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지역 의료계에선 정부의 군의관 파견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내지만 군의관 확보 역시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은 응급 환자 수용 능력이 가장 뛰어난 권역응급의료센터이다. 경기 남부 ‘간판 응급실’로, 고난도 중환자 치료를 맡는 상급종합병원이다.
이 병원 소아 응급실의 경우 이미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초중증 환자만 받는 축소 진료를 하고 있다. 소아·성인 하루 응급실 내원객은 110∼120명으로 소아를 제외한 성인 응급실 방문객만 70명 안팎이다. 이 중 절반은 입원할 만큼 중환자가 많아 환자 중증도에선 전국 1∼2위를 다툰다.
앞서 충북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실이 셧다운된 바 있다. 속초의료원도 지난달 일주일간 진료에 차질을 빚었다가 가까스로 정상 운영하고 있다.
충북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은 이달 14일 하루 문을 닫았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 중 2명이 병가와 휴가를 떠나 24시간 응급실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거점 국립대병원이자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이 가동을 멈춘 건 초유의 사태로 받아들여진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12일 군의관 1명을 급파했지만 응급 환자를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이마저도 취소됐다.
도내 공공의료기관인 청주의료원과 충주의료원은 보건의료노조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청주의료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병상 가동률이 50%대에 머물고 있고, 충주의료원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두 의료원은 의사·간호사 등 필수의료인력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공공의료기관에서 비상대응계획을 세우고 필수의료인력은 최소 규모로 파업에 참여하면서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의 운영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산지역의 양대 종합병원인 동아대병원은 전공의 사태 이후 기존 39베드이던 응급실 운영 규모를 11베드로 축소했다. 전공의들이 모두 빠지면서 현재 교수들이 3교대로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응급실 의료인력의 번아웃도 증가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에 간호사 파업 예고, 코로나19 재유행 등으로 응급 의사들이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북 안동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이번 추석 명절은 아마 고향에 내려갈 수 없을 것 같다”며 “몸이 부서질 듯 피로가 밀려드는 데 마음대로 연차를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의 근본적 해결 없이 임기응변식 대응에 나서고 있다.
복지부는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수가 추가 인상, 당직비 지급 등으로 인력 이탈을 줄이고 경증·비응급 환자의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외래 진료비 부담을 올려 다른 응급시설을 이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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