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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가계대출 압박에 대출 만기·한도 줄인 은행권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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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27 07:00:00 수정 : 2024-08-26 1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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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주문에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만기와 한도를 제한하는 추가 조치에 나섰다. 앞서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올려 가계대출 관리에 나섰지만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주택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대출 만기·한도 줄인 은행권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9일부터 ‘실수요자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 종합대책’을 실행한다. 이번 대책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한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26일 서울 용산구의 시중은행 ATM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먼저 현재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인 주담대 만기를 수도권 소재 주택에 한해 30년으로 일괄 축소한다. 주택을 담보로 빌리는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도 물건별 1억원으로 제한된다. 지금까지 별도 한도가 없었다.

 

현재 신규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시 1년 이내, 생활안정자금 대출 시 3년 이내로 각각 운영 중인 주담대 거치기간도 당분간 없앤다.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기간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신규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적용도 중단된다. MCI·MCG은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이다.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MCI·MCG 가입이 제한되면 서울 5500만원에서 기타 지역 2500만원까지 대출 한도가 줄어들 예정이다. 

 

논·밭·과수원 등 나대지(지상에 건물이 없는 토지) 담보 대출과 다른 은행으로부터 갈아타기를 통해 넘어오는 전세자금대출은 전면 금지된다. 통장자동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 역시 현재 1억∼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감액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등 가계대출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26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우리은행도 이날 대출 한도 제한과 전세대출 조건부 취급을 제한하는 내용의 가계대출 추가 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달 2일부터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최대 한도가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된다. 대출 모집법인의 한도도 법인별로 2000억원 안팎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신탁등기 말소 조건부 취급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제한한다. 이를 통한 이른바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은행 측은 전했다. MCI· MCG 가입 제한도 병행한다.

 

신한은행도 이날부터 MCI·MCG 중단과 함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세대출의 대상 물건지가 신탁등기돼 있는 물건의 취급도 제한한다.

 

주요 은행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이 적절한 미시 관리 대신 금액(대출금리)을 인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강도 높은 개입을 공개적으로 예고한 지 하루 만에 일제히 이 같은 대책을 세우고 실행에 들어갔다.

 

올해 초 주춤했던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 4월부터 확대되기 시작했다. 은행권은 지난달 이후 대출 금리를 잇달아 인상했으나 불어나는 가계부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59조7501억원으로, 6월 말보다 7조5975억원 늘었다.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지난 22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65조8957억원을 기록해 7월 말과 비교해 6조1456억원 더 늘어난 상태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잡히지 않을 시 최종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강화까지 시사하며 강력한 ‘대출 조이기’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 코스피 6거래일째 제자리걸음

 

코스피가 6거래일째 0%대 등락을 보였다.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팽배해지면서 거래량과 거래대금 모두 위축된 모양새다. 증권가는 28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의 인공지능(AI) 주도주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 발표 결과가 반도체 비중이 큰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0.14% 하락한 2698.01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지난 19일 이후 6거래일 연속 0%대 등락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하 수준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다 AI 고평가 논란까지 불거지자 투자자들이 관망세에 돌입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위축되는 추세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이날 8조9732억원으로 지난 16일(11조1929억원)에 비해 20% 줄었다. 지난 22일은 8조9463억원을 기록했는데 같은날 코스닥 거래대금(9조2168억원)보다 적었다. 코스피 거래량도 이날 3억2904만주로 16일(3억8585만주)보다 15% 감소했다.

 

증권가는 AI 고평가 논란과 더불어 지속성장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까지 불거진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투자자들의 지속투자 여부를 가리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는 현재 2분기 엔비디아의 매출이 287억달러, 주당순이익은 0.64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실적 전망 상회 여부와 3분기 실적 예상치(가이던스) 수준에 따라 정보기술(IT) 업종 및 관련 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예상된다”며 “2분기 실적은 전망치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나 3분기 가이던스는 차세대 AI칩 ‘블랙웰’의 출시 지연 우려로 전망치에 부합하거나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이 회사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SK하이닉스와 함께 전 세계 HBM 시장을 90%가량 점유한 삼성전자의 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 공정위, 쿠팡이츠 정조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쿠팡의 ‘쿠팡이츠·플레이 끼워팔기’ 의혹과 관련해 “신속하게 조사해 혐의가 확정되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의 관련 질의에 “신고가 접수돼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참여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불만 신고센터’는 쿠팡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신고한 바 있다. 이 단체는 “쿠팡은 일방적으로 ‘와우’ 멤버십 가격을 58%가량 인상하면서 별개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알뜰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끼워팔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은 아울러 쿠팡이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지배력을 남용해 멤버십 가격을 높이고, 소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수수료 등 가격에 대한 문제는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독과점 남용에 해당하는지는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입점 업체들에게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날 서울 성동구 무신사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입점 브랜드 계약서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무신사는 입점한 브랜드들이 다른 경쟁 플랫폼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제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몇몇 브랜드와 입점 계약을 맺으면서 서면 합의 없이 다른 경쟁플랫폼에 진출할 수 없도록 하거나 매출이 무신사에 집중되도록 가격과 재고를 관리하게 하는 등의 조건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 같은 계약 방식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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