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시계거래 플랫폼 ‘바이버’(Viver)에서 시계를 직접 제작해보는 강의가 열렸다. 기자도 초청을 받아 무더위를 뚫고 바이버 ‘워치 메이킹 클래스’에 참석했다.
이날 시계 제작 강의에 참석한 인원은 약 10명이었다. 시계 브랜드의 역사를 설명하는 간단한 강의를 들은 뒤, 바이버 쇼룸 한편에 위치한 랩(Lap)실에 들어갔다.
시계를 수리하고 제작하는 공간이다보니 미세공정에 악영향이 미치는 먼지제거는 필수였다. 신발이나 옷에 뭍은 먼지를 제거하고 준비된 가운을 걸쳤다.
이번 클래스에 준비된 시계 무브먼트는 ‘ETA 6497’ 모델이다. 시계에 엔진에 해당하는 무브먼트를 전 세계에 공급하는 기업 ETA의 제품이다. 대표적으로 ‘파네라이’(Panerai) 시계에 들어가는 무브번트가 이 모델이다.
원래 ETA 6497 모델은 회중시계용으로 개발됐지만, 손목시계 용도로 쓰이게 됐다. 이 특징 때문에 다른 무브먼트에 비해 크기가 큰 편이다. 손목시계로 만들어질 경우 다이얼의 크기는 41~46mm가 된다. 크기가 큰 편이라 시계 제작에서 다소 쉬운 편에 속한다.
바이버 직원의 안내에 따라 기어와 브릿지(Bridge), 팔렛포크(Pallet fork)를 조심스럽게 무브먼트 위에 얹고 미세나사를 체결했다. 행여라도 과도한 힘이 들어가 기어톱니나 인공루비가 손상이 가지 않도록 했다.
시계에는 주요 부품으로 인공루비가 사용된다. 항상 움직이는 시계 특성상 특정 부품은 마모가 심해진다. 이 부품의 마모는 철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철보다 단단한 루비가 사용된다. 물론 천연루비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인공루비가 쓰인다. ETA 6497 무브먼트는 인공루비가 17개 쓰인다.
“아...”
안내에 따라 무브먼트를 잘 조립하던 중 무의식적으로 안타까운 탄성이 터졌다. 마지막 조립과정이자 가장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밸런스휠(Balance Wheel) 조립에 실패한 것이다.
밸런스휠은 작은 바퀴 모양의 부품에 얇고 가느다란 철사가 감겨있다. 또한 고정되지 않은 자리에 얹고 나사를 감아야하기 때문에 자칫 돌아가지 않거나 감긴 철사가 휘어서 못쓰게 될 수 있다.
평소에 손재주가 나름 있는 편이어서 자신있었지만, 처음 시도해보는 무브먼트 조립은 쉬운 게 아니었다. 결국 이날 무브먼트 조립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바이버는 시계 애호가들의 시계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고자 기초적인 무브먼트 조립을 통한 ‘워치메이킹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시계 제작 클래스에선 시계 제작을 위한 도구 사용법, ETA 6497 무브먼트를 사용해 팔렛포크.밸런스휠 등 주요 부품을 조립하는 법 등을 배운다. 직접 시계를 제작하면서 시계에 대한 애정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다.
시계 제작·수리는 해외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계 애호가들은 간단한 시계 수리와 개조부터, 시계 부품에 대한 연구, 더 나아가 독립적인 마이크로 브랜드까지 설립하기도 한다.
무브먼트 제작까지는 아니지만 시계의 얼굴에 해당하는 다이얼이나 케이스, 로터(Rotor) 등을 개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조금더 난이도를 올리고 싶으면 시침·분침·초침에 해당하는 핸즈(Hands)를 교체하는 것까지 시도할 수 있다. 부품 또한 해외 직구를 통해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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