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손녀가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이탈리아형제들(FdI)에서 탈당한다. FdI가 지나치게 우파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라켈레 무솔리니(50) 로마 시의원은 12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과 인터뷰에서 FdI를 떠나 중도 우파 성향의 전진이탈리아(FI)에 입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켈레는 ”이제 페이지를 넘기고 나의 온건하고 중도적인 감성에 더 가까운 정당에 합류할 때”라고 말했다.
라켈레는 지난달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성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알제리 여자 복싱 선수 이마네 칼리프와 관련해 멜로니 총리와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멜로니 총리가 이탈리아 선수인 안젤라 카리니와 칼리프의 경기를 앞두고 ‘남성의 유전적 특성을 지닌 선수가 여성 대회에 출전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고, 라켈레는 “달리 증명될 때까지 칼리프는 여성이다. 그녀는 온당하지 않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라켈레가 당을 바꾸기로 결정한 데에는 이러한 인권 문제 이외에도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공천받지 못한 데 대한 서운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라켈레는 1920∼1940년대 이탈리아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의 여섯 자녀가운데 한 명인 재즈 음악가 로마노 무솔리니의 딸이다.
라켈레는 대학생 때인 1996년 미인대회에 출전한 이색 경력도 있다.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밝혀 일찌감치 정계 진출을 예견했다.
무솔리니의 지지 세력이 창당한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 뿌리를 둔 FdI는 라켈레를 로마 시의원 후보로 공천했다.
라켈레는 2016년 로마 시의회에 입성한 뒤 2021년에는 시의원 출마자 충 최다 득표로 로마 시의원에 재선됐다.
이복 자매이자 배우 출신인 알레산드라 무솔리니(61)는 라켈레보다 먼저 정계에 진출했다.
알레산드라는 FI 소속으로 상원의원(2013∼2014년)과 유럽의회 의원(2014∼2024)을 지냈다.
FI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창당한 중도 우파 정당이다. 베를루스코니 사후에는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부 장관이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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