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돌진사고 시민 불안…"페달박스 달고 방지턱 더 높여야"…경찰, 기록장치 분석
20일 오전 서울 강북구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차로를 가로질러 상가 가게를 덮쳐 1명이 숨지고 운전자를 포함해 5명이 다쳤다.
경찰과 소방 당국, 목격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2분께 70대 남성 A씨가 몰던 제네시스 승용차가 미아역 인근 골목 이면도로에서 도봉로로 빠져나오다 우회전을 하지 않고 갑자기 6차선 대로로 질주했다.
차는 대로 중앙 버스정류장으로 돌진해 난간을 뚫고 그대로 건너편의 도로변 상가 1층 햄버거 가게를 덮쳤다.
이 사고로 길을 가던 80대 여성 1명이 치여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운전자도 중상을 입었으며 차 돌진 후 파편을 맞은 행인 3명과 가게 손님 1명도 다쳐 치료받고 있다.
차가 들이닥친 햄버거 가게는 전면 유리창이 완전히 박살 났다. 차는 유리창을 뚫고 운전석 부근까지 가게 내부로 진입해 들어갔다.
당시 가게 안에는 조리를 담당하는 직원과 손님 1명이 있었으며, 가게 사장은 외부 화장실에 있어서 큰 부상을 피했다고 한다.
사고 직후 현장을 목격했다는 B(36)씨는 "마치 전쟁터의 대포가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며 "소리가 들려 나와보니 차는 이미 가게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고 운전자가 얼굴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가게 내부는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한 모습이었다.
사고가 난 지 약 5시간이 지난 오후 3시 30분께 사고 승용차는 치워진 상태였으며 가게 입구에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됐다. 내부에는 박살 난 유리 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내부 주방까지 차 전조등 부품 등 파편이 나뒹굴었다.
차가 가게를 덮치기 전 뚫고 나온 대로 중앙의 버스정류장의 난간도 부서진 채 임시로 테이프가 붙어있었다.
사고 약 30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는 가게 사장 아내 C씨는 "(목격한 직원에 의하면) 조리를 시작하고 2∼3분 지났을 때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려서 뒤돌아보니 가게에 연기가 자욱하고 냄새가 나고 있었다"며 "주방까지 파편이 튀어서 손님이 주방으로 뛰어 들어왔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에서 370여m 떨어진 곳에는 고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어 하마터면 등·하굣길 학생들을 덮치는 대형 사고로 번질 뻔했다.
C씨는 "행인이 너무 많은 곳인데 시간대가 오전이다 보니 사람들이 덜 있었다. 낮 시간대이거나 비가 안 오는 날은 진짜 (행인이) 많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7월 9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로 놀랐던 시민들은 시내 도로에서 다시 차가 주행 방향을 벗어나 행인을 들이받는 돌진 사고가 터지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박균팔(80)씨는 "난데없이 차가 가게에 돌진하지 않나, 이런 사고가 한두 건이 아니다"라며 "해가 떠 있어도 불안해서 애들을 못 나가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을 보고 있던 주민 권모(60)씨는 "페달 블랙박스를 달거나 최소한 인도 방지턱이라도 높여야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겠나"라며 혀를 찼다.
운전자 A씨는 안와골절을 비롯한 다발성 골절과 뇌출혈 증세 등을 보여 중환자실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고 마약 간이 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을 보였다. 차 급발진 여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채혈도 진행했으며 이와 함께 승용차의 사고기록장치(EDR)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분석할 예정이다.
경찰은 A씨가 일반 병실로 옮겨지면 조사를 통해 진술을 확보하는 등 정확한 사고 원인과 상황을 파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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