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전혀 없다“ 권유에 중요부위에 필러→80% 절단…형량은 ‘벌금 50만원’

중요부위에 필러 시술을 받은 뒤 통증과 함께 핏물이 나오는 부작용이 생겨 병원을 다시 찾은 A씨에게 의료진은 ‘문제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JTBC ‘사건반장’ 갈무리

한 남성이 중요 부위에 필러를 맞았다가 80%를 잘라냈다는 사연이 전해진 가운데, 시술한 병원 의료진에 대한 지나치게 낮은 형량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피해 사실을 주장한 A씨는 지난 2020년 6월 경기도 고양의 비뇨기과 의원을 찾았다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고민 끝에 한 남성 의원을 찾았다는 A씨는 자신을 ‘부원장’이라고 소개하는 의료진에게 시술 전 상담을 받았다. 부원장은 A씨의 중요 부위를 보고 “필러를 주입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이에 A씨가 “당뇨도 있고 심근경색이 좀 있다. 시술해도 별문제 없냐?”고 묻자 부원장은 “이 시술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 날 믿고 시술을 받아봐라. 기저질환이 있어도 강력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사흘 뒤 수술대에 오른 A씨에게 시술해준 사람은 원장이었다. 시술 시간은 15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병원 측은 A씨에게 해당 시술은 통증도, 부작용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술 이틀 만에 A씨는 시술 부위에서 알 수 없는 통증을 느꼈다. A씨는 걱정되는 마음에 부원장에게 전화해 “앞부분에 새끼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물집이 2개 생겼다. 핏물이 자꾸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에 부원장은 “군대 가면 뒤꿈치에 물집 잡히지 않냐. 그거랑 똑같다. 놀라셨을 텐데 정상이다. 병원에 오면 터뜨려주겠다”고 대수롭지 않게 안내했다.

다음 날 물집이 더 커지고 핏물 양도 많아지고 통증도 계속됐지만, A씨는 부원장 말을 믿으며 참아야 했다. 하지만 통증은 더 심해졌고, A씨는 결국 시술 4일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부원장은 또 다시 “물집만 터뜨려주면 아무 이상 없다. 하루 이틀만 있으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A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간호조무사에게 “바늘로 물집 터뜨리고 상처 부위에 연고 발라줘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차도는 없었고, 통증은 이어졌다. 시술한 지 약 2주 만에 시술을 집도한 원장을 만날 수 있었고, 원장은 “혈액순환이 안돼 살짝 괴사한 거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 피부가 자랄 거고, 가정에서 쓰는 일반 연고를 바르면 된다”고 설명했다.

참다못한 A씨는 상급 병원을 찾았다가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그는 “일산 병원으로 가서 검사받았는데, 성형외과 선생님과 비뇨기과 선생님이 중요 부위의 상태를 봤다”며 “지금 상태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입원 안 하고 그냥 가면 100% 절단해야 한다더라. 그 소리 듣고 겁나서 다음 날 아침 입원 수속하고 바로 수술 받았다. 그리고 80% 정도를 잘라냈다. 괴사해서 요도까지 절단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원인은 ‘필러 과다 주입’이었다. 지금까지 든 수술 비용만 2400만 원에 달하고, 앞으로도 몇 번의 수술을 더 해야 한다고. 하지만 문제의 비뇨기과 원장은 시술로 인한 부작용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치료비 보상을 요구하는 A씨에게 원장은 “본인 의사로 그 병원에 가서 임의로 치료하지 않았냐. A씨보다 심한 환자들 깨끗하게 낫게 만들어 준 경우가 있는데 왜 굳이 본인이 그 병원으로 갔냐”고 되레 꾸짖었다. 그러다 뒤늦게 아차 싶었던 원장은 “1000만원에 합의하고 끝내자”고 했다.

A씨는 원장의 제안을 거부한 뒤 그를 고소했다. 경찰, 검찰 조사 결과 A씨에게 시술을 권유했던 부원장은 간호조무사로 드러났다.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간호조무사인 부원장은 여전히 흰 가운을 입고 환자들을 상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장과 간호조무사에 대한 재판 1심 결과 1심에서 원장은 징역 1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간호조무사는 징역 1년에 벌금 50만원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행위로 피해자는 회복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정신적 충격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또 “원장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번 일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사기에 가까운 시술 행위와 함께 지나치게 낮은 형량에 대해 공분하고 있다. 이들은 “부작용 고지도 안 하고 무조건 시술한 돌팔이들”, “처벌이 말도 안 되게 약하다”, “벌금 100만원 50만원…이러니 계속 저런 병원이 생기는 거다”라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