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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협, 계모임보다 못해" 질타에… 정몽규 "위법 없다" 반박

입력 : 2024-09-24 21:00:00 수정 : 2024-09-24 23: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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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위, 체육계 현안 질의
감독 선임 정족수 미달·면접 생략
홍명보 “감독직 사임 생각 없어”
정몽규 “홍 감독에게 미안할 뿐”
참고인 박문성 “문제의식 없어”

안세영 비위 폭로 배드민턴協은
“스폰서십 페이백 등 규정 손질”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3연임 위해
임원 연임 비율 고의적 확대 의혹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절차를 어긴 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는 지적을 받아도 대한축구협회는 떳떳했다.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며 “계모임보다 못하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특혜도, 문제도 없었다”며 당당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세계일보의 ‘스폰서십 30% 페이백’<8월15일자 22면> 보도로 제기된 문제를 개선했고, 선수단 스폰서 신발 사용 강제 규정을 바꾸겠다고 약속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가 열렸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진행된 이번 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그동안 체육계에 제기된 각종 의혹 해소와 제도 개선을 위해 참석자들을 추궁했다. 우선 축구협회를 상대로 홍 감독 선임 과정의 문제점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국회의 요구 자료에 링크 한 줄만 보내는 등 성실하지 못한 태도로 일관해 여야 의원들의 질책을 받았다.

 

질의를 통해 축구협회가 정관에 어긋나게 △각 분과위원회는 7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되지만 홍 감독 선임을 결정한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는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점 △다른 분과위원회 위원을 겸임할 수 없지만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이사가 전강위원장을 겸임한 점 △이 이사가 홍 감독을 찾아가 감독직을 부탁하는 과정에서 면접 등 절차가 생략된 점 등이 문제로 드러났다. 특히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30일 열린 전강위 “11차 회의에서 이임생 이사가 전권 위임받은 부분도 불법이고, 그 불법의 토대 위에서 서류 제출도 안 하고 사전 면접도 안 하고 (감독 맡아달라고) 설득을 한 홍 감독이 감독으로 선임됐다. 이거 불법인가 아닌가”라며 정 회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동네 계모임이나 동아리도 이렇지 않다”며 홍 감독 선임 과정에 허점을 드러낸 축구협회를 비판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감독 선임 절차에 위법은 없었다”며 “이런 일을 겪게 해 홍 감독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홍 감독 역시 “전무이사로 감독 선임 과정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불공정하거나 특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또한 “이 문제를 가지고 감독직을 사임할 생각이 없다”며 “남은 기간 우리 팀을 정말 강하게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지휘봉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의 주장에 참고인으로 자리한 박문성 해설위원은 “축구협회는 문제의식도, 공감능력도, 이를 풀어갈 힘도 없다”며 “지금의 무원칙, 불공정은 하나의 어떤 사건이 아니라 정 회장 체제가 이어지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제 끝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질의에 답하는 정몽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 회장,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 이재문 기자

유인촌 문체부 장관 역시 홍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해 “공정한 절차를 벗어난 일”이라며 축구협회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문체부는 다음 달 2일 축구협회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지난 7월 축구협회 운영과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부적절한 부분을 살펴보겠다며 조사에 나선 바 있다. 유 장관은 “절차상 문제가 여러 차례 제기되고 있고 문체부는 그 문제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면 배드민턴협회는 국가대표 선수에게 후원사 물품 사용을 강제하는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라켓이나 신발처럼 경기력에 직결되는 용품까지 후원사 물품을 쓸 것으로 정해놓은 올림픽·아시안게임 종목은 복싱과 배드민턴 둘뿐이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회의장에서 후원사의 신발에 불편함을 호소했던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발바닥 물집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은 “규정은 개인적으로 바꾸고 싶다고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지만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또 회장 임의로 사용했던 스폰서십 30% 페이백에 대한 질타에 김 회장은 “지금은 제대로 (배분)했다”고 말했다.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학균 배드민턴 감독. 뉴스1

이날 대한체육회가 마케팅 과정에서 300억원대의 불법 수의계약을 맺었고, 문체부는 이를 승인하는 실수를 저지른 점도 지적됐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물품·용역계약 시 국가계약법에 따라 공개경쟁 입찰을 해야 하지만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은 경우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자체 규정을 활용했다고 꼬집었다. 유 장관은 실수를 인정하고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세 번째 연임을 위해 내편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 회장 취임 전 체육회 임원 연임 비율이 2018년에 100%를 찍는 등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이 회장은 “운영 안정성 등을 고려해 연임을 부탁했던 것”이라며 “(자신의) 3선 도전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문제가 있는 체육회장 연임 승인 시스템으로 (이 회장이) 당선이 된다면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한 입장을 내비쳤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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