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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보단 '승진'이 먼저… 눈감아달라던 음주운전 공무원 '벌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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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9-24 20:00:00 수정 : 2024-09-24 18: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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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측정을 거부한 전북 남원시 소속 공무원이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한밤중 고속도로 갓길에 타이어가 떨어져 나간 채 주차된 차량에서 잠을 자던 중 다른 차량 운전자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그는 음주 측정을 요구한 경찰관에 “승진을 앞두고 있어 눈감아주면 사례를 충분히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남원시는 이 사건 이후 물의를 빚은 그를 승진시켜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전주지법 남원지원 형사1단독 이원식 판사는 24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남원시 공무원 A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는 올해 5월 31일 오전 2시10분쯤 광주-대구 고속도로 광주 방향 38.8㎞ 지점 갓길에서 경찰의 음주 측정에 불응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당시 “갓길에 정차한 승용차 안에 운전자가 자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그의 승용차 운전석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가 탄 차량은 타이어 하나가 완전히 터져 휠만 남은 상태로 갓길에 주차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술 냄새가 심하게 난 그를 깨워 차량 밖으로 나오게 했고 비틀거리는 모습에 음주 측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음주 측정기에 입김을 불어 넣는 시늉만 하고 숨가파 못 하겠다며 1시간여 동안 총 3차례에 걸친 측정 요구에 불응해 결국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러자, 그는 ‘내가 승진 대상자인데 (음주 운전을) 눈감아주면 사례를 충분히 하겠다’라는 취지의 말로 경찰관을 회유하려 한 사실도 경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결국 법정에 서게 된 A씨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선처를 구했으나, 변론 종결 이후에는 태도를 돌변해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고 “경찰의 현행범 체포가 위법했다"고 주장했다. 체포 당시 경찰관이 변호인 선임과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하는 ‘미란다 원칙’을 이행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위법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그가 경찰관에게 1시간 넘게 '한 번만 봐주세요'라며 음주 측정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 촬영 영상과 미란다 원칙을 또렷하게 고지한 경찰관의 육성이 담긴 녹취록 등을 증거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타이어가 터진 채로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든 상황을 고려할 때 도로교통 안전에 끼친 위험은 절대 적지 않다"며 “특히, 경찰의 음주 측정에 응할 기회가 일반적인 단속 과정보다 더 많이 있었는데도 이를 거부한 만큼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그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는 생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동종 전력과 아무런 범죄·수사경력이 없는 점 등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A씨는 음주 측정 거부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올해 7월 남원시 정기 인사에서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해 물의를 빚었다. 남원시는 공무원 노동조합과 시민 등의 비판이 제기되자 뒤늦게 인사위원회를 열어 그에 대한 승진 의결을 취소하고 시청 인사 전반에 대한 행정사무조사에 들어갔다.

 

사건 이후 최경식 남원시장은 “음주 운전 등 주요 비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중히 대처하고, 인사 시스템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음주 측정 거부는 현행 공무원 규정상 정직 이상의 중징계 사안이다. 인사혁신처가 2021년 12월 발표한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공무원은 음주 운전을 단 한 번 저질렀더라도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이거나 음주 측정에 불응하면 해임될 수 있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남원=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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