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콘서트 등 행사 줄이었지만
공단 수익比 구장 관리 뒷짐 지적
잔디 밀도 60% 수준… 손상 심각
결국 10월 이라크전 용인으로 변경
市 “신속히 복구… 상시 정비할 것”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열악한 잔디 상태에 대한 지적이 이는 가운데, 관리 주체인 서울시설공단이 수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관리비용을 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대한축구협회는 잔디 상태 악화로 다음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하려던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 장소를 변경한 바 있다.
25일 공단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단이 올해 8월 말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관리에 지출한 금액은 총 2억5327만원이다.
구체적으로는 새로 심을 잔디에 1억5346만원을 지출했고, 잔디 보호용 인조매트 구매에 1994만원을 썼다. 농약 및 비료 구매에는 5140만원, 잔디 파종을 위한 ‘오버씨딩기’ 1962만원, 잔디 폐기물처리 용역 886만원을 각각 지출했다.
지난해 잔디 관리 비용(2억3964만원)에 비해서는 늘었지만, 올해 해당 경기장에서 올린 수익에 비하면 지출한 금액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에 따르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82억55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중 올해 5월에 진행된 임영웅 콘서트에서는 14억3899만원, 4월 열린 세븐틴 콘서트에서는 9억7758만원의 대관 수익을 기록했다. 9월 말 열린 아이유 콘서트의 수익은 정산 중이나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에 따르면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밀도는 약 60%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여기에 경기장에서 대형 콘서트가 이어지며 ‘잔디 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이은 콘서트로 그라운드에 무대나 좌석을 놓으면서 잔디 손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도 이달 5일 팔레스타인과 북중미 월드컵 예선전을 치른 뒤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언급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시는 최근 잔디 관리 대책을 내놨지만, 축구협회는 다음달 15일 예정된 북중미 월드컵 예선전 이라크전 개최 장소를 서울월드컵경기장 대신 용인 미르스타디움으로 변경했다. 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회복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윤영희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공단의 잔디 훼손 면적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사 등으로 경기장의 잔디가 훼손되면 공단이 면적 산정 후 주최사에 복구 의무를 지우는데, 이 면적을 지나치게 적게 계산했다는 것이다.
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내년부터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콘서트 등을 개최할 경우 잔디 훼손이 우려되는 그라운드석 판매를 제외하기로 했다. 문화행사 대관을 아예 금지하는 방향도 검토했지만, 시에 좌석 2만석이 넘는 대형 공연장이 없는 상황이어서 부분 대관만 허용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하절기에는 잔디 사용을 자제하도록 관련 기관과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경기장에 조성된 ‘한지형 잔디’의 적정 생육 온도가 15~24도인 특성을 고려해 올해와 같은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시 관계자는 “(이라크전) A매치 개최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에 세웠던 잔디 관리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라며 “잔디 상시 정비와 신속한 복구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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