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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릉서 공연 보고 밤 산책… 빛이 일렁이는 ‘조선왕릉축전’

입력 : 2024-10-09 15:46:57 수정 : 2024-10-09 15: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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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 경기 남양주 홍릉·유릉의 ‘왕의 정원’에 들어서자 오른 편에 빛의 바다가 펼쳐졌다. 홍릉은 고종과 명성황후가 잠들어 있는 능. 평소라면 깊은 고요에 빠져들 시간이지만 이날은 조선왕릉축전을 앞두고 왕릉 숲길이 환상적으로 빛났다.

 

숲 속 나뭇잎들은 홀로그램 조명을 받아 아련하게 반짝였다. 3000마리의 나비가 반겨주는 듯한 효과를 내려 했다고 한다. 연지 주변에는 한지로 만든 꽃들이 분홍 조명을 받아 곱게 피어났다. 바닥에서는 노란 빛들이 일렁일렁 춤췄다. 왕릉의 밤을 걷자 직전에 지나온 현대의 평범한 시가지는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축제의 달뜬 공기가 주위를 감쌌다.

사진=국가유산진흥원 제공

2020년 시작해 올해 5회째를 맞는 ‘국가유산 조선왕릉축전’이 12일부터 20일까지 조선왕릉 5곳에서 열린다. 11일 개막제가 열리는 홍릉·유릉을 포함해 경기 구리 동구릉, 남양주 광릉·사릉, 경기 여주 영릉(세종대왕릉)이 축제의 장으로 바뀐다. 

 

축전 대표 프로그램은 ‘신들의 정원’이다. 야간 융복합 공연으로, 조선의 국장과 왕릉에 얽힌 사건들을 창극과 빛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왕이 승하한 후 종묘까지 가는 3년간의 여정을 영적인 존재가 등장하는 판타지로 구성했다. 총 5장으로 구성됐으며 마지막에는 드론 400대가 나온다.

 

이날 홍릉 침전에서 미리 본 ‘신들의 정원’은 기존 극장 공연과는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공간 자체의 힘이 컸다. 왕릉 숲으로 둘러싸인 어둠 속에서 침전만 푸르게 빛났다. 크게 열린 하늘과 주위를 둘러싼 어둠 속에서 혼령이 된 왕이 죽음을 실감하지 못해 탄식하는 창을 하자 일상에서 훌쩍 떠나 다른 세계로 온 듯 했다. 조명을 활용한 석상들의 춤은 전통과 현대, 자연과 인공, 몸과 기술의 조화가 돋보였다. ‘신들의 정원’은 12∼13일은 홍릉, 19∼20일은 영릉에서 진행된다. 

홍릉 재실에 마련된 ‘향기 갤러리’도 좋은 즐길거리였다. ‘조선의 아침’ ‘고종의 회상’ ‘왕릉의 꽃비’ ‘황후의 숲속 산책’ 등 6가지 향이 마련됐다. 각 향들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상쾌하고 미묘하게 차이 나 감상하는 즐거움을 줬다.

 

조선왕릉축전에서는 이 외에도 여러 프로그램이 관람객을 맞는다. 동구릉에서는 19∼20일 ‘능참봉이 들려주는 왕릉이야기’가 처음 선보인다. 종9품 참봉인 능참봉은 오늘날 9급 공무원으로 왕릉을 관리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능참봉과 함께 동구릉을 돌아다니며 왕릉 내 주요 장소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홍릉·유릉, 동구릉, 광릉, 영릉에서는 왕릉음악회가 열린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국립국악원, 김준수x두번째달과 국가유산진흥원 예술단 등 최근 인기 있는 무용·국악인들을 만날 수 있다. 

 

밤의 동구릉을 답사하는 ‘동구릉 야별행’, 왕릉에서 휴식하는 ‘왕릉 포레스트’, 전문 해설사와 왕릉의 숲길을 산책하며 조선 역사와 왕릉의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왕의 숲길 나무 이야기’, 임무를 수행하며 왕릉을 체험하는 ‘왕릉 어드벤처’ 등도 마련됐다. 

 

관람료는 각 행사에 따라 무료, 3000원, 1만원으로 다르며, 사전예약을 받는다. 궁능유적본부 누리집, 국가유산진흥원과 축전 누리집에서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남양주=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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