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수요는 주춤...대출 규제 영향
경기침체의 여파로 부동산 경매 시장에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8월 신규 경매 신청 건수가 같은 달 기준 18년 만에 가장 많았다.
최근 법원 경매정보 통계와 법무법인 명도에 따르면 8월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총 1만149건으로 지난해 8월(8833건)보다 14.9% 늘었다. 2006년 1만820건 이후 역대 8월 기준으로 18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경매 신청 건수는 유찰 물건이 누적되는 경매 진행(입찰) 건수와 달리 채권자들이 신규로 경매 신청을 한 물량이다.
올해 1~8월 누적 신규 경매 신청 건수도 8만2287건으로 작년 동기(5만5859건)에 비해 25%가량 많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신규 신청 건수가 12만 건을 넘어서며 부동산 시장 침체기였던 2013년(11만9166건)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3년보다 더 많은 신규 경매 신청 물량이 쏟아졌던 때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2만4252건)이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상가 문을 닫으며 경매 신청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나 오피스텔 경매가 전보다 늘어난 탓도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식산업센터와 같은 상업용 건물의 경우 임대가 들어오지 않아 분양받을 사람들이 잔금을 낼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금리 시기 투자처로 주목받았지만 과잉공급에 고금리까지 맞물리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김 소장은 또 “전세금을 못 돌려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임차인들의 빌라 기피 현상이 커지게 되고, 이 때문에 정상 매물도 전세 거래가 끊겨 경매로 넘어가는 등 여러가지 상황이 맞물렸다”고 덧붙였다.
경매 신규 물량은 늘었지만 실제로 거래가 성사되는 비중은 줄고 있다. 최근 대출 규제 강화에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경매 수요도 주춤한 것이다. 법원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의 집계 결과, 전국 아파트 9월 경매 진행건수는 2933건으로 이전달(3168건)보다 7.4% 줄었다. 낙찰률은 이전달(42.8%) 보다 6.1%p 하락한 36.7%를 기록했다.
그동안 경매 열기를 북돋아온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도 움츠려든 모습이다. 9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45.6%로 이전달(47.3%)보다 1.7%p 하락했다. 낙찰가율은 94.3%로 이전달(95.5%)에 비해 1.2%p 떨어지면서 4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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