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강과 같은 이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한 일본 방송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호기심이 어려 있다. 작가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되면 서울 한강을 떠올리는 게 자연스런 반응임에도 외국인의 그것이라 재밌다. 일본에서 최근 번역출판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염두에 둔 듯 “4·3 사건을 공부해보려 한다”고 적은 이도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어둠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고투와 존엄을 그려온” 작가의 주제 의식을 4·3사건을 소재로 표현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일본이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일본 내 한국문학의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회복하는 인간’ 등 많은 작품이 번역돼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많은 팬을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초의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에 주목한 데서는 아시아인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데 대한 자부심도 느껴진다.
일본에서 한강의 인기는 번역된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에서 읽을 수 있다. ‘채식주의자’를 읽은 한 독자는 “한국 드라마의 이해하기 쉽고 폭발적인 감정과는 정반대로 한강의 작품은 거미줄처럼 섬세하고 유연하다”는 감상을 적었다. ‘회복하는 인간’을 두고 “시공을 자유롭게 오가는 작풍이 매력적”이라는 한 것이 눈길을 끈다. “작가의 청렴하고 아름답게 다듬어진 문체와 그 매력을 남김없이 일본어로 치환하는 역자의 탁월한 수완”은 ‘희랍어 시간’에 대한 평가다. NHK방송은 수상자가 발표된 10일 도쿄 신주쿠의 한 대형서점 풍경을 전하며 “한강의 수상이 발표되자 계속해서 박수가 일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한국 작가의 수상은 없었는데 놀랍다. 한 권이라도 읽어보고 싶다”는 한 30대 남성의 반응도 전했다. 한국문학 전문가인 구마키 쓰토무 덴리대 교수는 NHK에 “한국문학은 최근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끌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노력해 온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이 한강이 아시아 최초의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라는 걸 강조한 것은 특히 눈길을 끈다. NHK는 ‘노벨문학상에 한국 작가 한강, 아시아 출신 여성으로는 처음’이라고 제목을 달아 소식을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시아인 여성 첫 노벨상문학상 일·한(한·일) 문학 팬 환호’라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모국(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팬이 많고, 아시아 최초의 여성작가 수상에 축하의 목소리가 커졌다”고 보도했다. 도쿄 신주쿠 기노쿠니야서점 점장은 아사히에 “아시아 최초의 여성작가 수상이라는 화제성도 있다”며 “(한강의 수상을 계기로) 한국문학이 일본에서 주목을 보다 끌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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