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물질’로 분류…규제 대상 빠져
환경원 “일시적 농도…제거도 가능”
이차전지 폐수에서 생태독성 수치를 초과하는 리튬이 다량 검출됐고, 고농도 리튬은 일반 처리공정에서 거의 제거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리튬 등 신종 유해물질들에 대한 규제물질 지정·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이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제출받은 ‘신종 오염배출원 배출 특성 및 관리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차전지 제조시설 폐수 분석 결과 리튬은 평균 255.46㎎/ℓ, 최대 1169.76㎎/ℓ 검출됐다. 이는 생태독성 수치(33∼197㎎/ℓ)를 평균 1.3∼7.7배, 최대 6∼35배 초과한 수준이다. 생태독성은 물벼룩을 투입해 치사율을 측정하는 검사 방식이다.
고농도 리튬이 포함된 방류수가 바다로 흘러간 사례도 드러났다. 한 리튬 제조시설에서 나온 폐수는 리튬 농도가 처리 전 952㎎/ℓ에서 처리 후 914㎎/ℓ로, 리튬이 거의 제거되지 않은 채 해양으로 방류됐다. 리튬 900㎎은 조울증 치료제로 처방되는 리튬 약물의 일일 복용량 수준으로, 고농도 리튬 장기 복용 시에는 정신 착란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차전지 산업의 주 원료물질 중 하나인 리튬은 물질 특성상 이온화 경향이 높아 처리 과정에서 제거하기 어렵다. 보고서도 “이차전지 및 신소재디스플레이(OLED) 제조시설들에서 폐수처리를 위해 운영중인 물리화학적 처리, 생물학적 처리, 여과 등 일반적인 폐수처리공정으로는 폐수 중 고농도의 리튬이 제거되지 않음이 확인됐다”면서 “회수목적의 증발농축, 이온교환 등을 제외한 별도의 폐수처리시설을 운영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리튬이 ‘유해화학물질’이 아닌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돼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차전지뿐 아니라 OLED 제조시설과 스마트팜에서 각종 기준 초과 수준으로 검출된 코발트, 알루미늄, 붕소 등도 미규제물질이다. 실제 울산, 경북 포항, 전북 군산 등 이차전지 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된 지역들에서 폐수처리를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김소희 의원은 “환경부가 이차전지 폐수 내 유독성이 강한 오염물질이 일반처리공정으로는 제거조차 되지 않는다는 연구까지 마쳤음에도 이를 여전히 미규제물질로 방치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차전지 특구까지 지정한 상황에 인근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방안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리튬 농도는 일시적 검출로 현재는 그보다 낮은 수준”이라면서 “조사 이후 리튬 제거 전용 시설이 설치된 곳은 거의 100% 제거가 가능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일반처리시설의 경우에도 추가적으로 공공 하·폐수처리시설을 거친 후 방류되기 때문에 생태독성 영향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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