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수가 불과 두 달여 전에 턱관절이 골절된 선수란 말인가. 프로야구 KIA의 외국인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58일 만의 첫 실전 투구에서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하며 자신이 탈KBO리그급 투수임을 또 한 번 입증했다.
네일은 지난 2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한국시리즈(KS, 7전4승제) 1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 8월24일 NC전에서 상대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의 타구에 턱을 맞아 턱관절 골절 부상을 입은 네일은 곧바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큰 수술에 당연히 정규시즌은 마감했다.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즌아웃에도 불구하고 규정이닝을 이미 채운 네일은 2.53의 평균자책점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당시 선두 독주하던 KIA는 예상대로 한국시리즈 직행을 따냈고, 네임은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서기 위해 불철주야 회복과 재활에 힘썼다. 놀라운 회복력을 보인 끝에 네일은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마운드에 섰다. 불과 58일 만의 컴백이었다.
돌아온 네일은 정규시즌에서 보여준 위력을 그대로 재현했다. 최고 시속 150km에 달하는 투심은 상대 타자들의 정타를 방해했고, 주무기인 스위퍼(횡적 움직임을 극대화한 변형 슬라이더)의 각은 날카로웠다. 특히 오른손 타자가 몸에 맞는 공으로 느끼다가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급격히 꺾여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백도어성으로 들어오는 스위퍼는 KBO리그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브레이킹 볼이었다.
투심 패스트볼과 스위퍼를 섞어 삼성 타선을 5회까지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으로 완벽하게 봉쇄하던 네일은 6회에 깜짝 솔로포를 허용했다. 선두타자 김헌곤을 상대로 2B-2S에서 던진 스위퍼가 가운데에 몰렸고, 김헌곤은 이를 놓치지 않고 힘껏 밀어쳤는데 이 타구는 110m를 날아가 KIA챔피언스필드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5회까지 이어져온 0-0 균형이 단숨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네일도 사람이었다. 갑작스런 피홈런에 흔들렸고, 후속타자 르윈 디아즈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이날 투구를 마쳤다. 네일에 이어 올라온 장현식이 볼넷을 허용해 무사 1,2루 상황에서 내리던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KBO리그 한국시리즈는 물론 포스트시즌 사상 처음으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면서 네일의 최종 성적은 22일 오후 4시에 재개될 이후 게임 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마지막에 허용한 피홈런이 아쉬웠지만, 네일이 얼마나 강한 의지로 한국시리즈 마운드 등판을 위해 노력했는지를 여실히 볼 수 있는 투구였다. 경기 뒤 이범호 감독도 네일의 투구에 대해서 “너무 잘 던졌다. 60구가 넘어갔을 때도 구위는 괜찮았다. 솔로 홈런을 맞은 것은 타자가 잘 친 것이다. 구위나 모든 면에서 부상 이전의 컨디션을 찾아준 것 같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더 좋은 피칭을 해줄 것으로 본다”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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