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건의 미성년자 성범죄의혹을 받는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91)이 51년 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사건에 대해 피해자 측과 합의했다.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폴란스키 감독과 피해자측 변호사는 1973년 미국에서 벌어진 미성년자 성폭행과 관련된 민사재판을 앞두고 합의를 이뤘다.
지난해 6월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은 폴란스키 감독이 1973년 당시 LA에 있던 그의 자택에서 당시 16세였던 자신에게 술을 먹이고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며 LA 카운티 고등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폴란스키 측은 변호사를 통해 이런 주장을 강력히 부인했다.
당초 이 소송은 내년 8월에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LA 카운티 고등법원 기록에 따르면 원고 측 변호사 글로리아 올레드는 이달 초 소송을 취하한다는 서류를 냈다. 올레드 변호사는 “소송의 양측이 상호 만족할 만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폴란스키의 변호사도 “이번 여름에 양측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LA경찰국은 최근 폴란스키가 1975년에 한 소녀를 성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했지만, 검찰이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뛰어난 예술가이자 아동 성범죄자’로 혼란을 안겨온 폴란스키가 또 혐의에서 벗어난 것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폴란드에서 활동한 폴란스키는 영화 ‘반항’(1965), ‘막다른 골목’(1966) 등으로 인정받은 뒤 미국으로 넘어와 ‘차이나타운’(1974) 등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성추문이 끝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만 12명에 달하며, 이 중 한 명을 제외하면 전부 미성년자이며 성폭행 할 때 술과 약물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7년에 배우 잭 니콜슨의 집에서[ 당시 13살이었던 사만다 가이머에게 계획적으로 술과 마약을 먹이고 성폭행 한 혐의로 체포된 폴란스키는 미국에서 재판을 받다가 해외로 도피했다. 이후 유럽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으며 영화 ‘피아니스트’(2002)로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감독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체포될 것을 우려해 시상식에 불참했다.
그는 스위스에서 또 다른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가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 처분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도 여러 건의 성폭행 의혹을 받았으나, 법정에는 단 한 번도 서지 않았다.
독자적인 작품 세계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던 폴란스키는 영화계에서도 점점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 바람이 거세던 2018년 폴란스키의 회원 자격을 영구 박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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